LS전선과 대한전선의 기술유출 소송전이 검찰 수사 국면으로 넘어간 가운데 양사가 초고압 전력망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한쪽이 수주를 발표하면 다른 쪽이 곧바로 맞불을 놓는 '장군멍군'식 경쟁이 싱가포르와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에서 이어지는 양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최근 싱가포르 초고압 전력망과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에서 잇따라 수주 성과를 냈다. 두 회사는 해저케이블 기술유출 의혹을 두고 수 년 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최근 관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양사의 신경전은 싱가포르에서 먼저 불붙었다. 대한전선은 지난 8일 싱가포르 전력청에 400kV 및 230kV급 OF 초고압 케이블 시스템을 공급하는 약 140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최근 2년간 싱가포르에서만 약 1조원의 프로젝트를 따내며 현지 초고압 전력망 시장 내 입지를 강조했다.
LS전선도 곧바로 맞불을 놨다. LS전선은 17일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약 1400억원 규모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LS전선은 400kV 및 230kV급 케이블을 공급한다. LS전선은 LS에코에너지와 함께 2010년부터 싱가포르 초고압 케이블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에서도 전선이 형성됐다. LS전선은 지난 15일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동해안-수도권 HVDC 2단계 사업을 턴키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2024년 1단계 사업에 이어 2단계까지 참여하게 됐으며 총 공급 규모는 약 2340억원이다.
대한전선은 이틀 뒤인 17일 같은 동해안-동서울 HVDC 사업 수주를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1463억원이다. 대한전선은 500kV HVDC XLPE 케이블과 부속 자재 제조·공급부터 시공까지 턴키 방식으로 수행한다. LS전선이 동해안 수주를 먼저 내놓자 대한전선이 같은 국가 핵심 전력망 사업에서 수주 성과를 공개하며 맞대응한 모양새다.
두 회사가 강조하는 기술 포인트도 닮았다. LS전선은 국내 유일의 HVDC 케이블과 초고압 해저케이블 상용화 기업이라는 점을 앞세운다. 세계 최대 송전 용량의 525kV·90℃급 HVDC 케이블 상용화와 독일 테넷 프로젝트 등 글로벌 실적도 내세운다.
대한전선은 국내 최초 500kV 전력망 개발·상용화 경험과 HVDC 기술 확대를 강조한다. 국내 500kV 전류형 HVDC와 525kV 전압형 HVDC 케이블 시스템 개발 성과를 앞세우며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시장 실적도 부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 경쟁이 단순한 실적 발표를 넘어 기술 신뢰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고 본다. 해저케이블 기술유출 의혹이 검찰 단계로 넘어간 상황에서 양사 모두 초고압과 HVDC 기술력을 시장에 입증해야 하는 처지다. 수주 발표가 곧 기술 방어 논리이자 영업 경쟁력 과시로 쓰이는 셈이다.
초고압 전력망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재생에너지 연계 수요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유리한 HVDC는 국가 전력망 구축과 해상풍력 연계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싱가포르와 동해안 사업은 양사 모두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다만 기술유출 의혹은 여전히 변수다. LS전선은 자사 영업비밀이 부당하게 취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검찰의 기소 여부와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양사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압 케이블 시장은 기술력과 수행 경험이 수주를 좌우하는 시장"이라며 "법적 공방과 별개로 양사가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에서 수주 실적을 내세우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흐름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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