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일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러나 그 106일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과 이란의 적대 관계, 이스라엘의 안보 불안, 중동의 종파 갈등, 국제 에너지 질서, 미·중 패권 경쟁이 한꺼번에 충돌한 시간이었다. 이 전쟁은 단순히 미사일과 드론이 오간 군사 충돌이 아니라 21세기 국제정치의 핵심 모순이 응축된 지정학적 충돌이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총성이 멈춘 자리에 어떤 질서가 세워지느냐에 따라 이번 전쟁의 진정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될 것이다.
◆전쟁 106일,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났는가
이번 전쟁의 직접적 계기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 직전 단계에 접근했다고 판단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와 서방 정보기관들의 분석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상당 수준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시각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순간 중동의 전략 균형은 완전히 무너진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줄곧 적대국들에 둘러싸인 채 생존해 왔다. 따라서 이란 핵무장은 단순한 안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였다.
미국 역시 이란 핵개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부터 “이란의 핵무장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란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란은 직접적인 정면전 대신 비대칭 전쟁을 선택했다. 장거리 미사일, 드론, 해상 봉쇄, 친이란 무장세력을 활용한 우회 공격이 이어졌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친이란 세력,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까지 움직이면서 전선은 순식간에 중동 전역으로 확대됐다.
세계는 긴장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금융시장은 불안에 휩싸였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해협이 흔들리자 아시아 경제권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도, 이란도, 이스라엘도 전쟁의 한계를 깨닫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했고, 이란은 미국을 중동에서 몰아내지 못했다. 이스라엘 역시 완전한 안보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세 나라는 전쟁을 계속하는 비용이 평화를 모색하는 비용보다 훨씬 커졌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됐다.
◆네타냐후의 계산, 승리와 부담 사이
이번 전쟁을 이해하려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빼놓을 수 없다.
네타냐후는 역사상 가장 강경한 대이란 노선을 유지해 온 지도자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이란 핵무장은 제2의 홀로코스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이번 전쟁에서 네타냐후는 일정 부분 목표를 달성했다. 이란 핵시설 상당수가 타격을 받았고, 이란 군사 인프라도 큰 손실을 입었다. 중동 각지의 친이란 세력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했고, 관광과 투자도 위축됐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끝없는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영원한 전쟁이 아니라 안정된 일상이다.
네타냐후는 결국 현실을 선택했다. 핵무기 포기와 국제 감시 체제를 전제로 한 협정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조정했다.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찾은 것이다.
트럼프의 진짜 목표는 이란이 아니라 중국이다
이번 종전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는 중국이다.겉으로 보기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지만 미국 전략가들의 머릿속에는 중국이 있었다.
오늘날 미국의 국가 전략 중심은 중동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기술, 우주산업, 전기차, 희토류 공급망 등 거의 모든 전략 산업에서 미·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은 전략적 악몽이다. 군사력과 외교력, 재정이 중동에 묶이면 중국 견제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종전은 단순한 평화협정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재배치라고 볼 수 있다. 중동 문제를 일정 부분 정리하고 인도·태평양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석유보다 반도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트럼프의 종전 결정은 그런 시대 변화의 상징적 장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무엇을 얻었는가
흥미로운 점은 이번 전쟁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예상보다 조용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공개적으로는 평화를 촉구했지만 실제로는 이란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중국은 여전히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다.
중국의 목표는 명확했다. 미국이 중동에 오래 묶여 있기를 바랐다. 미국이 중동에서 힘을 소모할수록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부담을 안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의 관심이 중동으로 분산되는 것을 결코 나쁘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원유시장의 불안정성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었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도 일정 수준에서 종전을 원하게 됐다.
◆이란이라는 나라, 그리고 페르시아인의 기질
서방은 종종 이란을 단순한 신정국가로 바라본다. 그러나 그것은 이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각이다.
이란은 단순한 국가가 아니다. 이란은 페르시아 문명의 후계자다.
페르시아는 기원전 6세기 키루스 대제가 건설한 아케메네스 제국 이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 가운데 하나를 이룩했다. 유대인을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해방시킨 키루스 대제는 오늘날에도 관용과 포용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페르시아인들은 강한 자존심과 역사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을 아랍 세계와 구별한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역사적 정체성도 다르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단순히 군사력이 아니라 이러한 문명적 자부심 때문이었다.
이란은 패배를 인정하기보다 고통을 견디는 쪽을 선택하는 나라다. 수천 년 동안 외세의 침략을 경험하면서 형성된 특유의 인내와 저항 정신이 있다.
그래서 미국도 결국 이란 정권 붕괴라는 목표를 포기했다. 이란이라는 국가는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는 있어도 쉽게 굴복시킬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한국 경제와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이번 종전의 직접적인 수혜국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중동에서 원유와 LNG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즉각 충격을 받는다.
특히 정유,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은 국제 유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면 물류비가 안정되고 에너지 비용 부담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감소한다.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안정은 제조업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원유 가격이 10달러만 움직여도 수출입 구조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종전은 단순한 외교 뉴스가 아니라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다.
◆중동은 어디로 가는가
이번 협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중동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갈 수 있다.
첫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가 더욱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관계 정상화가 다시 추진될 수 있다. 셋째, 중동 경제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수 있다. 넷째, 중국의 일대일로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다섯째, 중동은 전쟁의 땅에서 투자와 기술의 땅으로 변신할 가능성을 얻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전망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 핵 검증 문제, 제재 해제 문제,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문제, 이스라엘 국내 정치 문제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총성이 멈췄다.
전쟁보다 어려운 것은 평화다.
인류는 전쟁을 너무 많이 경험했다.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이라크전쟁, 우크라이나전쟁 그리고 이번 이란전쟁까지. 역사는 끊임없이 인간의 파괴 본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문명을 발전시킨 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였다.
전쟁은 도시를 파괴하지만 평화는 도시를 건설한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지만 평화는 사람을 살린다. 전쟁은 증오를 키우지만 평화는 미래를 만든다.
이번 106일 전쟁은 많은 것을 남겼다. 미국은 힘만으로는 중동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고, 이란은 저항만으로는 번영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스라엘은 군사력만으로는 영원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결국 세 나라는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것이 국제정치의 본질이다. 전쟁은 협상이 실패했을 때 시작되고, 협상은 전쟁이 실패했을 때 다시 시작된다.
2026년 6월 19일 스위스에서 예정된 서명식은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106일 동안 이어진 전쟁의 종결이자 새로운 중동 질서의 출발선이다.
역사는 지금 중동에서 또 하나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그 페이지가 평화의 장이 될지, 또 다른 갈등의 서장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106일 동안 울려 퍼졌던 총성과 폭격 소리는 멈추고 있다.
그리고 인류는 다시 한번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할 기회를 얻고 있다.그 기회를 살리는 것, 그것이 이제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그리고 국제사회 모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