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에 수출통제 명령을 내렸다. 사상 첫 대형언어모델(LLM) 접근 차단 조치로, AI가 반도체·위성에 이어 국가 전략자산 목록에 공식 편입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국내에서는 AI의 전략자산화에 따른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해 미국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통제 지령을 발동했다.
앤트로픽은 현지시각 13일 오후 5시21분 해당 명령을 접수했으며, 외국인 고객을 특정할 방법이 없어 결국 전 세계 모든 이용자의 접근을 일괄 차단했다. 차단 대상에는 앤트로픽 미국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외국 국적 직원도 포함됐다. 페이블5는 출시 사흘 만에 서비스가 중단됐다.
앤트로픽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앤트로픽은 공식 성명에서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탈옥 사례를 검토한 결과, 해당 수준의 능력은 오픈AI의 GPT-5.5를 포함한 다른 모델에서도 이미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좁은 범위의 잠재적 탈옥 가능성이 수억 명에게 배포된 상업 모델을 회수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지령을 이행하면서도 이번 조치가 "투명하고 공정하며 기술적 사실에 근거한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기업 분쟁의 맥락을 넘어 AI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라는 데 주목한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단순히 특정 AI 모델의 해외 접근을 제한한 사건으로 보기보다, AI가 국가안보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반도체, 위성, 양자기술 등이 전략기술로 관리되었다면, 이제는 최첨단 AI 모델 자체가 수출통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는 AI 안전 문제뿐 아니라 국가안보, 산업정책, 기업 경쟁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미국 AI 생태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남국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소외된 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연대를 맺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 AI 산업은 미국과 중국의 양극 체제를 넘어 3극 체제 등 새로운 평형 상태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제재가 결국 중국의 자체 GPU 개발을 앞당긴 선례를 들어, 역설적으로 미국 중심 AI 생태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소버린AI 논의를 재점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버린AI란 외국 AI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이 독자 개발·운용하는 AI를 뜻한다. 이번 조치가 사상 첫 LLM 수출통제라는 점에서, 미국 기반 AI에 의존하는 기관과 기업은 서비스가 언제든 차단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접 체감했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은 이날 자신의 SNS에 “국가 고유의 AI 경쟁력. 이것이 바로 주권 AI의 중요성”이라며 “특정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AI는 수출 통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위 아더 월드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