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최대 진도 7의 일본 구마모토 지진 이후 승용차에서 대피 생활을 이어가던 70대 여성이 열사병 의심 증세로 숨졌다. 차량 연료가 떨어지면서 에어컨도 멈춘 상태였다. 지진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이 이번에는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단수, 감염병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구마모토현 히카와마치에 거주하던 이 여성이 지난달 30일 밤 자택 주차장의 차량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3일 보도했다.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한 여동생이 집을 찾았다가 시동이 꺼진 차 안에 쓰러져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대피 생활 중 건강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인정되면 이번 지진의 첫 재해 관련 사망 사례가 된다. 이번 지진 사망자는 재해와의 관련성을 조사 중인 2명을 포함해 38명으로 늘었다.
피해 지역에는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구마모토시에서는 2일 기온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8.9도까지 올랐다. 진도 6강 이상을 기록한 지역에서만 이날 오후 4시까지 열사병 의심 증세 등으로 1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가운데 10명은 입원이나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무너진 집을 정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히카와마치의 73세 주민은 무너진 자택에서 운전면허증과 귀중품을 찾기 위해 오전 8시 반부터 작업했지만, 한 시간 만에 손을 놓았다. "낮에는 도저히 작업할 수 있는 기온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진 당시 집 안에 있던 그의 아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야쓰시로시의 85세 주민도 흩어진 가구를 치우며 "더워서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고 했다.
구마모토현 내 206개 대피소에는 2일 오후 7시 현재 8480명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피소에서는 냉방이 되는 공간에 이재민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키시의 한 대피소에서는 70대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했다가 하루 만에 퇴원해 가족 2명과 함께 복지대피소로 옮겼다. 이곳에서는 이재민들이 칸막이도 없이 서로 붙어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을 격리할 방도 한 곳뿐이다. 대피소를 운영하는 시 직원은 "감염 방지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단수도 이어지고 있다. 지진 발생 엿새째인 2일에도 5개 지자체 4만 6700가구가 물을 공급받지 못했다. 손이나 몸을 씻기 어려워 폭염과 감염병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구마모토현은 단수 지역에서는 제균 시트 등으로 청결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택 피해는 2일 오후 7시 기준 4213채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와 구마모토현은 냉방과 화장실을 갖춘 호텔과 여관으로 이재민을 옮기는 '호텔 대피'에 나섰다. 구마모토현은 3일부터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는다. 우키시·우토시·야쓰시로시·히카와마치의 모든 이재민이 대상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73개 숙박시설에 최대 2200명을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숙박시설 확보를 위한 조사 대상을 규슈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과거 재해 때보다 서둘러 호텔 대피를 추진하는 것은 폭염이 이재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구마모토현은 3일 오후 우키시와 히카와마치에서 임시주택 70채 건설에 착수한다. 입주는 9월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3일 피해지역을 찾는다. 지진 발생 이후 첫 방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피해지역에는 3일 최고기온이 40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됐다. 일본 기상청은 물을 자주 마시고 몸을 식히는 등 열사병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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