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죽음에서 태어난 금속이 수천 년을 건너 오늘날까지 인류를 사로잡고 있다. 그 자체로 하나의 경이라 할 만하다."(52쪽)
금은 신성이자 욕망이다. 신의 피부이자 살이었던 금은 통치자의 영생과 불멸, 권위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현재는 결혼의 증표 혹은 변동성이 작은 안전자산으로서 그 가치를 빛내고 있다.
책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레베카 조라크 등 지음, 서소울 옮김, 사람과 나무 사이)는 인류가 금에 매혹된 과정을 연대순 및 주제순으로 짚어나간다. 금빛은 성스러우면서도, 잔인하다. 신의 매끄러운 피부를 빛냈던 금은 약탈자들의 눈을 멀게 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대량 학살을 일으켰다.
저자들은 다각도의 관점에서 인류가 금을 특별하게 여기게 된 이유와 과정을 살펴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금을 태양신의 피부로 여겼고, 파라오는 황금 마스크를 통해 불멸을 꿈꿨다. 아즈텍인과 잉카인은 금을 각각 '신들의 분비물' '태양의 땀'이라고 불렀다.
금보다 청동과 옥을 중시했던 중국에서는 불교 전래를 계기로 금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다. 불교가 융성한 당나라 때부터 금세공 산업이 번성하며 금도금 사원과 황금불탑이 다수 제작됐다. 오늘날 태국 등 동남아시아 불교권에서 신자들이 불상에 금박을 붙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저자들은 "고대 이집트 신들의 피부를 금으로 표현한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도들이 불상을 금으로 도금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붓다의 32가지 신체적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금빛 피부와 매끄러움"이라고 말한다.
가톨릭 성서에서 금은 경배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었다. 타파해야 할 우상 숭배 '황금 송아지'이자 솔로몬의 성전을 빛낸 신성한 물질이었다.
통치자들은 자신을 신격화하는 데 금을 이용했다. 백성들은 화려한 금으로 장식한 의복을 보고 그 옷을 입은 사람이 통치자라는 것을 파악했다. 중세의 사치 금지법이 금단추 등 금장식을 규제한 것은 봉건 질서를 지키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도 해석된다.
저자들은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문명을 건설했고 또 어떻게 제국을 무너뜨렸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아즈텍 제국의 멸망, 미국의 산업 성장, 보어전쟁, 콩고 내전 등 주요 역사적 사건의 근원에는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자리했다.
유럽 정복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약탈한 황금 유물을 녹여 금괴로 만들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은 19세기 중반까지도 수천 파운드 상당의 아메리카 대륙의 금 세공품을 녹였다.
이 밖에도 책은 금세공과 연금술 각각이 르네상스에 기여한 점, 근대 화학의 토대가 된 점 등에 주목한다. 또 엘도라도, 골드러시, 금광을 노린 다국적 기업의 행태 등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이어지며 그 욕망이 환경 파괴와 인권 유린을 야기하고 있는 점을 짚는다.
책은 파라오의 무덤에서 월스트리트까지 금과 관련된 6000년의 장대한 기록을 다루지만 336쪽이란 분량이 이를 다 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빠르게 여러 사례를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상이 왜 황금빛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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