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무대에서 축적된 젊은 선수들의 경험과 기량은 분명 대표팀의 구조적 역량을 제고하는 자산이다. 그러나 축구는 철저한 유기적 시스템의 스포츠다. 아무리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난 자원들이 포진해 있다 한들, 이들이 감독의 전술적 매뉴얼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하고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역학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그 전력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홍명보 감독은 그간 짧은 소집 기간과 해외파 선수들의 시차 적응 등 여러 물리적 한계 속에서 대표팀의 색깔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심해 왔다. 오늘 경기에서 평가 데스크가 엄격하게 검증해야 할 대목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단편적인 개인기가 아니다. 공수 전환의 속도 제어, 전방 압박의 유기적인 타이밍, 그리고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드러날 수 있는 수비 라인의 리스크 관리 능력 등 팀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기능하는가 여부다. 해외파의 기술적 날카로움과 국내파의 조직적 견고함이 어떻게 전술적 시너지를 도출해 내는지가 이번 평가전의 본질적인 과제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한국 축구계가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러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매끄럽지 못했던 감독 선임 과정과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적 미숙함, 그리고 소통 부재로 일관한 독선적 운영은 안팎의 거센 비판과 내홍을 자초했다. 축구팬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보다 냉소와 우려가 지배적이었던 것도 이 같은 행정 체계의 난맥상과 무관하지 않다.
나아가 눈앞의 월드컵 성적에 함몰되기보다,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시스템 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강인과 오현규로 대변되는 차세대 주역들이 대표팀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지금이야말로 한국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최적기다.
과거의 관성에 기대어 선수 개인의 투지나 정신력에만 의존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는 고도로 조직화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임시방편식 처방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기보다, 명확한 기술적 철학과 확고한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유소년 육성 단계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전술 기조를 공유하고, 데이터 중심의 선진적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구조적 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오늘 경기는 그 장기적 비전과 지속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험대다. 지금 홍명보호에 요구되는 것은 세계 무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전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축구팬들은 단순히 스코어보드의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대표팀이 보여줄 짜임새 있는 전술 운용과 한국 축구의 미래지향적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오늘 밤 홍명보호가 정예 멤버의 역량을 결집해 월드컵 본선을 향한 안정적이고 납득 가능한 서막을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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