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른 ‘결제주기 단축(T+1)’ 체계를 두고 국내 증권시장도 본격적인 도입 논의에 나섰다. 금융당국과 거래소, 업계는 T+1이 시장 효율성과 투자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안정적인 도입을 위한 준비 과제를 점검했다.
한국거래소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글로벌 결제주기 단축 동향 및 우리 증권시장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국내 주식시장 T+1 도입 필요성과 추진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금융당국과 거래소, 예탁결제원, 증권업계, 학계, 개인투자자 대표 등이 참석해 제도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와 실무적 과제를 공유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T+1은 더 이상 일부 시장의 선택이 아닌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이라며 “우리 자본시장도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에 걸맞은 거래 환경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결제주기 단축 이후 유럽연합(EU)과 영국, 홍콩 등 주요 시장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 역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최훈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 부장은 주요국 T+1 추진 현황과 국내 검토 상황을 소개하며 관련 제도 개선 과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결제주기 단축이 결제 리스크를 낮추고 시장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토론 패널들은 T+1 도입의 효과를 가장 크게 체감할 주체로 개인투자자를 꼽았다. 이정윤 세무사는 결제 대금 수령이 하루 빨라질 경우 투자자의 자금 회전율과 유동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종석 부산대 투자동아리 회장도 T+1 전환이 시장 선진화를 위한 변화라면서도 투자자 보호 장치와 충분한 안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시장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박상욱 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T+1이 결제 리스크 축소와 거래 비용 절감, 유동성 확대 측면에서 필요한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청산·결제 시스템이 여러 기관과 맞물려 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할 경우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양수 예탁결제원 증권결제본부장도 외국 기관투자자의 시차와 수작업 중심 결제 구조를 언급하며 자동화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증권업계도 시스템 개편 부담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노승진 미래에셋증권 결제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결제 불이행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라고 밝혔고, 조은아 SK증권 본부장은 고객 예수금과 증거금, 미수거래 시스템까지 포함한 증권사 전산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강 SC은행 이사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과 결제 절차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T+1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핵심은 도입 여부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밝혔으며, 참석자들 역시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편익을 함께 고려한 실행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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