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반도체 호황, 성장률 비상

  • 반도체 호황을 도약의 발판으로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자유시장연구원장] 
  



지난 4월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에 의하면 한국의 1인당 GDP가 5년 뒤 대만보다 1만 달러 이상 뒤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한국의 1인당 GDP는 줄곧 대만보다 높았는데 대만 반도체산업의 약진으로 지난해 한국 1인당 GDP는 3만6227달러로 22년 만에 대만(3만9489달러)에 역전 당해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2031년에는 한국이 4만6000달러, 대만이 5만6100달러로 격차가 더 벌어져 1만 달러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만이 아니다. 대만은 더욱 크다. 대만은 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주식시장의 시총도 한국보다 크다.

경제성장률도 한국은 금년에 1.8%를 기록한 후 2027~28년 2.1% 그 후에는 1.8~9%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반면 대만은 금년에 5.2% 성장한 다음 내년 3% 그 후에도 2.5% 수준의 성장으로 한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근년에는 1% 중반대까지 하락하고 곧 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등의 호전으로 경제가 도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제조업만 호전되고 있고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은 최근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반도체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 2월 1.9%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을 2.5%로 올렸다. 내년엔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11일 “올해 경제성장률은 2%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며 “2%를 얼마나 웃돌지는 반도체 업황 흐름과 중동 전쟁 양상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경제가 유례 없는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이익 구조가 과거와 차원이 달라졌고,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국세 수입으로 확장 경로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이익은 반도체기업을 중심으로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은 753조원에 달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95조원의 약 네 배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낸 법인세를 포함한 국세 수입은 450조원을 넘어서 올해 초과 세수가 35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000조원의 시가총액을 돌파하면서, 한국 증시의 체급이 글로벌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1월 22일에 국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의 벽을 허물었고, SK하이닉스는 2026년 5월에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핵심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성장은 일본의 자동차와 부품 산업이 전기차 및 AI 전환기에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을 장악하며 AI 시대의 실질적인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8년에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합계 수익을 넘어설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이 나오면서 일본 산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골드만삭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6년 355조원을 기록한 뒤 2028년에는 495조원(약 344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상장기업 영업이익 상위 100개사의 합산 추정치인 약 42조엔(약 37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SK하이닉스의 약진도 거세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5월 들어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증시 두 번째 ‘천조 클럽’에 입성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2028년 영업이익 역시 40조엔(약 35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국 반도체 두 강자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8년경 일본 전체 상장 기업의 이익 규모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서버용 SSD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2028년까지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하며 한국 기업들의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호황은 체질 개선의 결과가 아니다. 1분기 유가증권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에서 나왔다.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않고 있는 구조다. 자영업자들은 내수 부진과 고금리에 비명을 지르는 ‘성장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고유가와 고금리, 중동 리스크,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은 진행형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는 구조적 흐름도 달라진 게 없다.

지금의 반도체발 역대급 호황은 우리에게 개혁의 고통을 감내할 소중한 ‘재정적 완충지대’를 제공하고 있다. 넘쳐나는 세수 보너스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다음 세대와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AI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 핵심 공급망 구축 등 미래 세입 기반을 넓히고, 노동과 교육 등 구조개혁의 실탄으로 쓸 때 확장 재정이 설득력을 지닌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투자를 통해 경제를 순환하게 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며 “국민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호황 덕분에 거둬들이는 막대한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국민배당론” 의견을 내놓은 직후 대대적인 확장 재정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막대한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국민배당금’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나오자 증권업계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이익 일부를 떼어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의도로 해석되며 코스피지수는 크게 출렁였다. 

이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마치 돌림노래처럼 긴축을 강요하는 목소리가 사회 일각에 존재한다”며 “국가채무를 명분으로 사실상 민생 고통을 수수방관하라는 무책임한 목소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국민 경제 대도약의 발판을 닦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 수립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긴축 재정론=포퓰리즘’ 인식을 드러낸 건 역대 정부와 주류 경제계가 고수해온 재정 운용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긴급재난지원금(문재인 정부), 민생회복지원금 및 고유가 피해지원금(이재명 정부) 같은 재정 직접 지원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비난받을 게 아니라 “재정을 아껴 쓰는 게 포퓰리즘”이라고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확장 재정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 규모 대비 나랏빚 증가 우려도 정면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적극 재정으로 내수를 활성화해 국내총생산(GDP)을 키우면 국가 부채 비율이 오히려 떨어진다”며 “이 과정을 통해 잠재성장률과 생산성을 제고하면 세입 기반이 확대되고 부채 비율이 장기적으로 낮아진다”고도 했다. 재정을 투입해 ‘분모’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GDP)를 키우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자체가 내려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대통령 얘기대로 ‘분모’를 키우면 ‘분자’인 국가 채무 총액을 줄이지 않아도 비율을 낮출 수 있는 건 맞지만 전문가들은 “재정 지출을 늘린 만큼 GDP가 비례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재정 지출이 그대로 경제 효과로 이전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소비지출 승수효과가 낮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적지 않게 나와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재정이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정부가 세금을 거두면 소비가 줄고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올라서 투자가 위축되는 등 민간부문의 투자소비활동이 위축되는 밀어내기효과, 즉 구축효과가 발생해 재정지출의 소득증대효과는 1보다 적게 나온다는 것이 재정학의 정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적극 재정 기조 강화 방침을 다시 피력했다.

특히 국가 채무 우려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국가 채무를 따져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이라며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채무 구조가 우량하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국가 채무를 따져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이라는 주장은 어디서 근거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러한 재정정책은 문정부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 문 대통령은 2019년 5월 국가채무와 관련해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는데 국제기구는 60% 정도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는 적극 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고 있는 재정통계 매뉴얼상의 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 정부기능 수행으로 지게된 공기업의 채무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government debt)라을 사용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한국만의 국가재정법에 의한 좁은 의미의 국가채무(government liability)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차이를 모르는 데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문정부 5년 동안 재정지출을 확대한 나머지 2022년말 국가채무는 천조원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한국의 재정상황은 국가부채는 날로 증가해 재정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보였다.

이미 한국의 재정사정은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2025년말 49.1%로 높아졌다. IMF가 재정통계 매뉴얼에서 권고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government debt) 기준으로는 이미 위험수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이 비율이 100%를 넘어면 상하양원의 동의가 있어야 재정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다.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이 과도하면 나라 미래를 망친다는 것은 이미 2011년 재정위기가 보여주었다. 독립된 재정위원회(가칭)를 설립하고 재정준칙을 마련해 엄격히 준수하는 길만이 재정위기를 예방하는 길이다.

지금의 역대급 호황은 우리에게 개혁의 고통을 감내할 소중한 ‘재정적 완충지대’를 제공하고 있다. 넘쳐나는 세수 보너스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다음 세대와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AI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 핵심 공급망 구축 등 미래 세입 기반을 넓히고, 노동과 교육 등 구조개혁의 실탄으로 쓸 때 확장 재정이 설득력을 지닌다. 역대급 세수 호황은 축복인 동시에 시험대다. 미래 투자와 구조개혁을 재정 운용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그것이 반도체가 벌어준 시간과 기회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바꾸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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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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