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뢰' 방점 찍은 금융당국…토큰증권 제도화 속도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제2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제2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내년 시행 예정인 토큰증권(STO) 제도화에 맞춰 세부 제도 설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각투자 기초자산 기준부터 장외거래소 인가 체계, 온체인 결제 인프라까지 전방위 논의에 착수하면서 시장에서는 STO 생태계 조기 안착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당국은 혁신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보다는 ‘혁신과 신뢰의 균형’에 방점을 찍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5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제2차 회의를 열고 토큰증권 제도화 법 시행에 대비한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 마련 방향을 논의했다. 협의체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금융보안원,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 및 학계·법조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로 지난 3월 출범했다.

토큰증권 제도화 법은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마련됐으며 오는 2027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시행 전까지 발행·유통·결제·인프라 관련 세부 제도를 정비해 시장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크게 △조각투자 발행 기준 △토큰화 인프라 확대 △유통시장 구조 설계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7월 중 관련 시행령 개정안과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조각투자 발행 부문에서는 기초자산 적격성 기준과 투자자 보호 체계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당국은 토큰증권 시장 확대를 위해 혁신적인 자산 토큰화를 허용하되 객관적인 기초자산 가치평가 가능성과 공시 체계, 리스크 관리 장치는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혁신적인 토큰화라 하더라도 시장질서와 투자자 보호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자본시장의 기본 전제”라며 “기초자산의 객관적 가치평가 가능성,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기존 규제 체계의 경직성은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현재는 복수 기초자산을 묶는 ‘풀링(pooling)’ 방식 조각투자 증권 발행이 사실상 제한돼 있으나, 향후 동일 종류 자산에 한해 일정 범위 내 풀링을 허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토큰화 대상 확대와 인프라 구축 논의도 본격화됐다. 현재 국내 STO 논의는 조각투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식·채권·머니마켓펀드(MMF) 등 기존 정형증권의 토큰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권 부위원장은 “홍콩의 녹색국채, 미국의 MMF 등이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됐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도 상장주식 토큰화 거래 파일럿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우리도 임박한 미래를 속도감 있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기존 전자증권 체계를 일시에 블록체인 기반 구조로 전환하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기존 시스템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단계별 로드맵을 마련하고 테스트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유관기관은 향후 온체인 결제 체계와 권리 이전·거래·결제 전 과정의 디지털화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관련 인프라 개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앙예탁 시스템과 분산원장 기술 간 연계 구조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시장 구조 설계 역시 핵심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다자간 거래가 가능한 토큰증권 장외거래소 인가 체계와 일반 투자자 거래한도 설정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전자증권 기반 장외거래소 사업자가 STO 거래를 지원할 경우 별도 인가가 필요한지, 비상장주식·투자계약증권·조각투자 플랫폼 간 겸영은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지 등에 대한 기준 마련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정 경쟁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달성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권 부위원장은 “거래한도가 혁신을 가두는 울타리가 되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는 체계화하면서 초기 시장 유동성을 확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도를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STO 제도화 작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법 시행 이전부터 세부 인프라와 시장 구조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되면서 증권업계와 핀테크업계의 사업 준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초자산 적격성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질 경우 혁신성이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규제가 느슨하면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거래 안정성과 기존 금융 인프라 연계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권 부위원장은 “토큰증권은 명확히 정립된 글로벌 기준이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진행형 시장”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사업 시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자본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최적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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