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이는 전해 내려오는 옛말이다. 어울리는 무리에 따라 이미지와 품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검은 까마귀와 흰 백로를 대비시키며 서로 다른 존재로 인식했던 옛 사람들의 시선도 담겨 있다.
그런데 울산 태화강에서는 이 오래된 구절이 조금 다르게 읽힌다. 겨울이면 수만 마리 까마귀가 도심 하늘을 뒤덮고, 초여름이면 수천 마리 백로가 삼호대숲을 찾아 둥지를 튼다. 까마귀가 머물던 그 공간에 백로가 스스로 날아와 새끼를 키우는 도시. 어쩌면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풍경이다.
울산 태화강에서는 계절마다 철새를 주제로 한 생태관찰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이면 떼까마귀와 겨울 철새를 관찰하는 생태관찰장이 운영되고, 초여름에는 백로류의 번식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백로 새끼 기르기 관찰장'이 오는 7월 12일까지 시민들을 맞는다.
산업도시 한복판에서 계절마다 철새 생태관광 프로그램이 열리는 도시. 울산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한때 울산은 공해도시 이미지가 강했다. 태화강은 악취와 오염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산업도시 울산은 생태와는 거리가 먼 도시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의 태화강은 달라졌다. 겨울 철새와 여름 백로가 공존하고, 도심 한가운데에서 철새 군무와 백로 번식 장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바뀌었다.
특히 태화강 삼호대숲은 단순한 철새 서식지를 넘어 울산의 상징적 생태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겨울에는 까마귀 군무를 보기 위한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초여름이면 백로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모습이 또 다른 장관을 만든다.
물론 불편도 있다. 까마귀 배설물과 소음 민원은 매년 반복되고, 백로 역시 번식기 특유의 냄새와 소음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도심 생태계가 살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공존의 방식이다. 단순히 '새가 많다'는 차원을 넘어 도시와 자연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태화강 국가정원과 철새홍보관, 생태관광 프로그램 등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울산은 산업수도이면서 동시에 철새가 찾아오는 도시다. 회색 산업도시 이미지 속에서도 까마귀와 백로가 계절마다 스스로 날아드는 공간을 지켜냈다는 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옛말과 달리, 울산의 백로는 까마귀를 피해 가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태화강을 찾아와 함께 계절을 만든다. 이는 울산이 가진 가장 특별한 도시 풍경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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