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와의 안전 이별=레베카 정 지음, 고영훈 옮김, 생각정거장.
미국 변호사이자 협상 전문가인 저자는 나르시시스트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안전 이별 공식(SLAY Method)'를 설계했다. 중국계 혼혈인 그는 어린 시절 겪은 인종차별을 딛고 일어섰으나, 이후 나르시스트 성향의 사업 파트너를 만나면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이 경험을 계기로 나르시시스트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자기만의 '나르시시스트 타파 공식'을 만들게 됐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처음에는 과도한 칭찬과 애정표현 등을 퍼붓는 '러브밤'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한다. 이후엔 '핫앤 콜드' 전략을 쓴다. 뒤에서 비꼬거나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식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인 플라잉 몽키를 동원해서 피해자를 악마화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상대의 감정을 깔아뭉개는 감정무효화, 지적을 오히려 가해자의 문제로 몰아붙이는 투사와 회피 등 각종 전략으로 상대를 짓밟는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는 보통 사람이 아니기에 이들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보통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는 침착할 것을 조언한다. 서면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받은 문자나 이메일 등은 보관해야 한다. 또 "그 말에는 반응하지 않겠어요" 등 침착함은 나르시시스트를 무력화한다. 하루하루 일어난 일을 빼곡히 기록하고 타임라인을 만드는 등 사실을 정리해둬야 나중에 싸움에서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좋아했다. 지금 돌아보면, 오즈는 나르시시스트와 닮은 점이 많다. 커튼 뒤에 숨은 그는 사실 겁 많고 초라한 작은 남자였다.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는 그가 모든 걸 알고 있고, 모든 걸 줄 수 있는 존재라 믿었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 마지막에 도로시는 신고 있던 빨간 구두 뒷굽을 톡톡톡 맞부딪혀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본모습, 진짜 나로 돌아가는 것이다. 안전 이별 공식은 그 커튼을 확 젖히거나, 그렇게 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나르시시스트를 드러나게 만든다." (41쪽)
세 번 속은 땅=제윤경 지음, 이콘.
금융인 출신 정치인이자 시민사회운동가인 저자는 금융과 정치, 시민운동의 현장을 오가며 직접 목격한 실패의 구조와 책임의 공백을 장편소설에 녹여냈다. 개발사업과 공공정책이 번번이 좌초되는 이유를 비롯해 그 과정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뉴스 속 대형 개발사업이나 공공정책이 늘 실패하는 이유가 궁금하거나, 정치와 행정을 이론이 아닌 현실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다.
'하이퍼 리얼리즘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이 소설은 한 지역의 개발사업이 15년에 걸쳐 어떻게 실패로 귀결되는지를 추적한다. 가상의 해안 도시 '갈대만'을 배경으로, 바다를 막으면 부자가 된다는 약속, 대기업과 글로벌 대학 유치 계획, 수조 원대 투자 협약 등 장밋빛 선언이 반복된다. 하지만 현실에 남는 것은 공사 중단, 소송, 막대한 빚뿐이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 소설은 저자의 고향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향 하동으로 돌아와 '웃픈' 사기극의 연속을 목격한 저자는 "말이 안 되는 현실이라, 소설로 쓸 수밖에 없었다"며 "고향으로 돌아와 마주한 풍경은 비극이라기엔 너무나 황당하고, 코미디라기엔 너무 처참해서 도무지 제정신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속은 사람은 있는데, 속인 사람은 보이지 않는구나.' 두리는 제방 위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갈대만의 육상부와 해양부를 가르는 거대한 콘크리트 성벽. 한때 '산업의 대동맥'이라 칭송받던 도로 옆 배수로에는 갈대가 제멋대로 자라나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스러운 회의를 하는 듯했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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