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안 급한 中, 물러설 수 없는 日… 선전 APEC이 실마리?

  • 미국·유럽 정상 줄줄이 베이징행… 급할 것 없는 시진핑

  • 공명당 이탈에 의원외교까지 마비… 말라버린 중일 채널

지난달 중국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중국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달 초, 니시무라 야스토시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베이징을 찾았다. 다카이치 정권 출범 후 '자민당 4역'의 첫 방중이었으나 중국 측 고위 인사는 한 명도 못 만났다. 일본 여당 간부가 베이징까지 갔지만, 대화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셈이다. 일본은 출구를 찾고 싶어 하지만, 중국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게 중일 관계의 현주소다.

현재 중국은 일본과 관계 개선을 서두를 동기가 크지 않다. 당장 중요한 국내 정치 일정이 줄지어 있다. 올 11월에는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내년 가을에는 5년마다 한 번 열리는 당 대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당 대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본인을 포함한 최고지도부 인사가 걸린 무대다.

국제 환경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과 만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3~15일 중국을 찾는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잇따라 중국을 찾았다. 이처럼 베이징이 해외 정상들로 붐비는 것을 보고 일본 외무성 간부는 "중국이 일본에 먼저 다가설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일본 쪽 사정도 복잡하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 개인을 겨냥해 비판과 대응 조치를 쏟아내자 일본 내에서는 오히려 반발이 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 반작용이 자민당 총선 대승의 한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압박이 다카이치 정권을 약화시키기보다 강경 노선의 명분으로 작용하면서, 총리도 이제 발언을 거둘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야 하나. 과거에는 의원 외교와 정당 채널이 그 역할을 했다. 2015년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 당시 총무회장은 일본 재계 인사 약 3000명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에게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고, 공명당도 연립 파트너로서 정기적으로 대표단을 보내 중국 지도부와 접촉했다. 정부 간 공식 채널이 막혀도 의원 채널은 살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채널이 다 말랐다. 도쿄대 가와시마 마코토 교수는 중일 간 중요한 채널이었던 공명당의 연립 이탈이 양국 관계에 큰 공백을 남겼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중우호의원연맹 회장인 모리야마 히로시 전 간사장은 다카이치 총리와 거리가 있는 인물로, 의원연맹은 이번 연휴 기간 방중단을 꾸리지 않았다. 한 의원연맹 간부는 "다카이치 정권이 대화를 모색하는 방향을 먼저 제시하지 않으면 의원외교도 움직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양국이 마주할 공식 무대는 남아 있다. 이달 하순 쑤저우에서 열리는 APEC 통상장관회의, 6월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대표단 방중, 그리고 11월 선전 APEC이다. 관계 개선 실마리는 결국 이런 계기들에서 찾아야 한다. 12년 전 2014년 베이징 APEC 정상회의때도 그해 봄까지 중일 정상회담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여름부터 시작된 물밑 조율 끝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시 주석에게도 선전 APEC은 내년 당대회를 앞둔 중요한 외교 무대다. 아무리 상대가 일본이라도, 다카이치 총리와의 만남이 냉랭한 장면으로 끝나도록 방치하기는 쉽지 않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반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은 먼저 손을 내밀지 않고, 다카이치 총리도 발언을 거두지 못한다. 사이를 이어야 할 의원외교 통로는 사실상 끊겼다. 반년 뒤 선전 APEC에서 양 정상은 결국 마주쳐야 한다. 그때까지 얼어붙은 중일관계에 최소한의 연결선이라도 복원할 수 있을지, 남은 시간은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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