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곧바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일정의 연속성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외교의 중심이 안보에서 경제로 이동하고 있으며, 특히 신흥시장과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이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 대상국 가운데 하나다. 이번 순방이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경제외교의 시험대’로 평가되는 이유다.
문제는 늘 그렇듯 성과의 기준이다. 외교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잣대가 없다면, 순방은 사진과 발표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순방에서는 원전, 인프라, 바이오, 신공항과 신도시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에너지 안보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모두 한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이 실질적인 계약과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그렇다고 모든 성과를 단기적인 수주와 계약 건수로만 평가하는 것도 위험하다. 공급망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는 단기간에 숫자로 환산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순방의 평가는 이중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양해각서(MOU)가 실제 계약과 투자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베트남을 축으로 한 생산·공급망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지금은 계약의 성과를 보되, 미래에는 구조의 변화를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는 한국 외교가 그동안 ‘MOU 중심 외교’에 머물렀다는 데 있다. 수많은 양해각서가 체결됐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비율과 투자 집행의 속도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공개는 부족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이행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MOU 이후의 전 과정을 추적 관리해야 한다. 산업별 전담 체계를 통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외교 성과는 발표가 아니라 실행에서 완성된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다. 세일즈 외교의 성패를 기업의 수주 실적으로만 재단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열고 정치·제도적 리스크를 낮추는 데 있다. 반면 실제 계약과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외교가 기회를 만들고 기업이 성과를 완성하는 구조가 정상이다. 이 두 역할이 혼동될 경우 외교는 과도한 성과 압박에 시달리고, 기업은 정치적 기대에 묶이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베트남의 정치 구조도 변수다. 또 럼 서기장을 중심으로 한 신 지도부와의 첫 대면은 분명 중요한 외교적 계기다. 그러나 개인적 친밀감에 기대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 권력 집중도가 높은 체제일수록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투자보장협정 강화, 분쟁 해결 절차의 명문화, 정부 간 협력의 제도화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사람을 넘어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협력 구조가 구축될 때 비로소 장기적 성과가 가능해진다.
한국 경제는 지금 ‘중국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베트남과 인도는 그 대안으로 떠오른 핵심 축이다. 인도가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베트남은 생산과 공급망의 현실을 담당하는 거점이다. 이 두 축이 연결될 때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경로가 만들어진다. 이번 순방이 갖는 전략적 의미도 여기에 있다.
결국 답은 분명하다. 세일즈 외교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계약과 투자라는 숫자로 증명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망과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는 제도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기업은 실행으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방향은 맞다. 이제 남은 것은 속도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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