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하천·계곡 불법시설 문제에 대해 관리 방식 자체를 바꾸는 구조 전환에 착수했다. 단순 철거와 일회성 단속을 넘어, 조사–정비–감시–제도개선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상시 관리 모델’로 정책 축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하천·계곡 주변 불법 점용시설 전면 재조사 지시와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3만3383건 규모의 불법 점용 실태가 구조 전환을 밀어붙이는 직접적 근거가 됐다. 그동안 부분 정비와 계절성 단속에 의존해온 기존 관리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관리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미다.
불법 점용시설 3만3383건 전년比 3만2548건
행정안전부가 3월 한 달간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국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시설은 3만338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35건과 비교하면 3만2548건이 늘었다.
이 같은 급증은 실제 확산이라기보다 조사 방식과 기준을 명확히 한 결과다. 먼저 누락되는 시설이 없도록 소규모 불법 경작, 단순 물건 적치, 농업용 관련 시설 등 모든 불법 행위를 조사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조사 범위가 모호해 빠졌던 세천, 공원(도립・군립),계곡(사유지, 국・공유지) 구간도 조사대상에 포함했다.
특히 전담 TF 가동과 더불어 드론과 항공·위성 자료를 결합한 입체 분석이 도입되면서 기존 점검 체계로는 포착되지 않던 시설들이 대거 드러났다. 하천 인접 구거(용수·배수를 위해 일정한 형태를 갖춘 인공 수로 또는 부지)에서만 4277건이 확인됐다.
관리 주체별로는 시·군·구가 1만5949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도가 1만3750건, 기후부(국가하천·국립공원 등)가 3598건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시설이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집중된 구조 역시 명확히 확인됐다.
항공·위성·AI 결합…'숨은 시설까지 걸러낸다'
이번 조사에는 윤호중 장관이 아이디어를 낸 공간정보 기반 분석이 전면 도입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항공사진(도시 0.12m, 비도시 0.25m)과 위성영상(0.5m), 수치지형도에 재난안전연구원의 다목적 위성 3호 영상(2.8m), 국토정보공사의 드론영상(0.013m)과 AI 분석 시스템(Land-XI 플랫폼)이 결합됐다. 서로 다른 해상도의 데이터를 중첩해 분석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분석은 지적도와 항공사진, 하천 구역을 중첩해 시설물을 추출하는 1차 단계와, 인허가 대장과 비교해 불법 여부를 판별하는 2차 단계로 진행된다. 다층적 데이터 검증을 통해 단순 현장 점검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설까지 식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기반 자동 추출 기술이 적용되면서 조사 효율과 정확도가 동시에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지방자치단체에 제공돼 현장 조사와 정비에 활용된다. 행안부는 실제 경북 운문천 일부 구간 적용 사례에서 기존 조사에서 누락됐던 시설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간정보 기반 분석이 단순 보조 수단을 넘어 핵심 조사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감찰 250명·입법 병행…'단속 아닌 시스템으로'
행안부 전략의 핵심은 ‘단속’이 아니라 ‘구조’다. 6월 말까지 전면 정비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감찰과 입법, 사후관리까지 병행해 재발 자체를 막겠다는 접근이다. 일회성 철거에 그치지 않고 관리 체계를 고정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5월 4일부터 29일까지 5개 반, 250여 명 규모의 범정부 합동 감찰이 투입된다. 조사 누락이나 정비 지연이 확인될 경우 징계와 고발이 뒤따르는 고강도 점검이다. 단순 실적 점검을 넘어 집행 책임까지 묻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다.
법·제도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복·상습 위반에 대해서는 계고 없이도 행정대집행이 가능한 특례 도입이 추진 중이다. 하천법은 관련 규정이 반영돼 2026년 9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소하천정비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징벌적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도입도 병행 검토되고 있다.
사후관리 방식도 달라진다. 중점관리대상지역에는 CCTV와 불법 점용 금지 안내시설이 설치되고, 필요 시 수변 데크와 쉼터 등 공공 이용시설도 조성된다. 단속과 이용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이용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전신문고를 통한 국민 제보 창구도 상설화해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윤호중 장관은 “이번 조치를 일회성 정비가 아닌 관리 체계 전환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며 “불법 행위를 하게 되면 오히려 큰 손해가 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시켜 하천과 계곡을 국민에게 온전하게 되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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