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에 대비해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대안 구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항로 재개를 위한 별도 계획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은 이른바 '유럽형 나토' 구상을 통해 나토의 지휘·통제 구조에서 유럽의 역할을 확대하고, 미국 군사 자산을 유럽 자체 역량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구상은 기존 나토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방위 역할을 축소하거나 병력을 철수할 경우에도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과 작전 연속성, 핵 억지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구상은 지난해 처음 논의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확보를 시사한 이후 유럽 내 불안이 커지며 속도가 붙었다. 최근에는 유럽이 이란 전쟁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되자 추진 동력이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독일의 입장 변화가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은 그간 프랑스가 주도해온 '유럽 방위 자율성' 강화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으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체제 들어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이 이란 전쟁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나토 탈퇴를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나토는 보다 유럽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미국에서 유럽으로 방위 부담이 이동하는 흐름은 이미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를 인식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나토 구조가 물류·정보·지휘체계 전반에 걸쳐 미국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유럽은 공중·미사일 방어, 동유럽 증원 경로, 군수 지원망, 대규모 군사훈련 등 핵심 기능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징병제 재도입과 대잠전, 우주·정찰, 공중 급유 등 취약 분야의 군사력 확충도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다만 유럽이 미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토 최고사령관은 전통적으로 미국이 맡아왔으며, 미국은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럽 내 어느 국가도 대륙 전체를 방어할 핵우산을 제공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유럽은 전쟁 종료 이후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정상화하기 위한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이 구상은 기뢰 제거 함정과 군함을 포함한 다국적 연합을 구성해 해운업체들이 안전하게 해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해당 임무가 미국·이스라엘·이란 등 '교전 당사자'를 배제한 국제 방어 작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외교관들은 유럽 함정이 미군 지휘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에는 군사 개입에 신중했던 독일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과 프랑스는 오는 18일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전후 해협 관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의 구상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우선 해협에 묶여 있는 선박의 이탈을 지원하고, 이후 기뢰 제거 작전을 통해 항로를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프리깃함과 구축함 등을 활용한 호위 및 감시 체계를 구축해 해상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럽 내부에서도 미국 참여 여부를 둘러싼 이견은 남아 있다. 프랑스는 미국이 참여할 경우 이란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영국은 미국을 배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과 작전 범위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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