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법정 1열] 헌재, 재판소원 전원재판부 회부 0건...사전심사 주요

  • 보충성·청구기간·청구 사유 검토 통해 결정

  • 단순 재판 불복, 향후에도 각하될 것으로 예상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이 공표된 첫날인 지난 12일 서울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이 공표된 첫날인 지난달 12일 서울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2일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면서 재판소원제가 도입됐다. 이후 그달 31일까지 256건의 사건이 접수됐고, 같은 날까지 심리된 76건은 각하됐다. 9인의 전원합의체가 본안에 대해 심리하게 된 사건은 0건이다. 재판소원제 도입으로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할 우려가 있다는 예상과 달리 헌재는 '사전 심사'를 통해 기준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된 재판'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재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1호 접수 사건은 시리아 내전을 피해 약 11년간 한국을 체류하다 강제 추방된 A씨가 강제퇴거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낸 사건이고, 2호는 납북 귀환 어부 유족들 사건이다. 

이외에도 '먹방'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가 인정된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도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재판소원 도입 전 헌재는 연간 1만~1만5000건 사이의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과 같이 "본인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다양한 사유로 재판소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심사'를 통해 76건을 각하하고, 사전 심사를 거쳐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로 회부된 사건은 0건이라고 밝혔다. 

재판소원은 '확정된 재판'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보충성)'에 청구할 수 있다. 또 '그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30일 이내(청구기간)'로 한정된다. 

그러면서 제한된 '청구 사유'로만 심리를 받을 수 있다. △법원의 재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을 해 기본권 침해한 경우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로 제한된다. 

기각된 76건을 분석해 보면 보충성 위반 3건, 청구 기간 16건, 청구 사유 위반 51건, 중복 사건에 대해 동일한 헌법소원심판한 기타 부적법 10건으로 확인됐다. 

보충성 위반에 따른 각하 사유를 보면 "심판 대상 판결에 대해 상소한 뒤 해당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심판 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서 부적합하다"고 판시했다. 

청구 기간 도과를 이유로 각하된 대표적 사건은 재판소원 '1호 접수' 사건이다. A씨는 난민 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해 왔지만, 지난 1월 8일 대법원의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고 3월 12일 해당 사건을 접수했다. 하지만 헌재는 "청구인은 청구 기간을 준수하지 못했고, 기간을 넘겼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재판소원 접수 중 청구 사유를 위반한 경우(51건)가 가장 많았는데, 헌재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 재판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로 인한 재산권 침해  △위법수집증거를 유죄 증거로 삼은 것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사건에 대해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재판소원제가 도입된 국가에서도 재판소원을 다양한 사유로 청구하고 있지만, 인용률은 극히 제한적이다. 재판소원제를 도입한 국가는 독일과 스페인, 대만 등이다. 이들 사례를 보면 헌재에 접수되는 사건 중 재판소원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80~90%를 차지하고, 그중 대부분이 사전심사 절차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 

독일은 헌법적 중요성과 기본권 해석의 중요성을 따져 해당하는 경우에만 본안소송에 보내고, 스페인에서도 '특별한 헌법적 중요성' 요건을 입증해야만 사전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이들 재판소원 인용률은 사건 대비 1%에 불과하다. 

두 번의 사전 심사를 보면 한국 헌재도 형식상 요건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만한 재판이 있었는지를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향후에도 단순히 재판 결과에 불복해 재판소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각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소원이 제도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전 심사'의 기준 정립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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