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영상 진술만으로 유죄 증거 인정 조항 합헌"

  • 성폭력처벌법 조항 대상 위헌법률심판 선고

  • 재판관 4대 5 위헌 의견 다수…정족수 미달

헌법재판소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사진=연합뉴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재판에서 피해자의 법정 진술 없이 영상만으로도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성폭력처벌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구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관 4대 5의 의견으로 위헌 의견이 다수였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에 이르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이 심판 대상은 구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 중 '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조사 과정에 동석했던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 조력인의 진술에 의해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부분 가운데 '장애인 피해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앞서 A씨는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자 미성년자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등을 선고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진술 녹화 CD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에 관해 증거 부동의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사 동석자의 법정 진술로 그 성립의 진정을 인정했고, 피해자 증인신문 없이 유죄로 판결했다. 

A씨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도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심판 대상 조항은 그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장애인 피해자의 법정 출석과 대면 신문을 최소화하므로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법정 진술 과정에서 심리적 위축과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으며, 특히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장애인 피해자는 인지·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인해 더 큰 부담과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이러한 장애인 피해자가 법정 진술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정신적 고통과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면 반대 신문이 제한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전체 조사 과정을 녹화한 영상물은 단지 진술의 내용뿐만 아니라 음성, 말투와 속도, 표정 등 비언어적 정보까지 그대로 포착·보존함으로써 상세하고 반복적인 사후 검토를 가능하게 한다"며 "또 심판 대상 조항은 사안에 따라 법원이 재량으로 통상적인 증인신문을 실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김상환·정정미·정형식·김복형·오영준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영상물에 수록된 진술은 수사 기관의 질문과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로 구성된 전문증거로서 정확성에 오류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고, 사후적 검토만으로는 진술의 미묘한 변화나 상호작용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대신문권은 단순히 진술의 신빙성 검증을 위한 수단을 넘어 피고인이 진술의 형성 과정에 참여해 이를 다툴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형사 절차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가지므로 이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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