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일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프랑스는 일본과 가치 및 원칙을 공유하는 특별한 파트너"라고 강조했으며, 마크롱 대통령 역시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도 양국은 국제법에 기반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은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행보인 '돈로주의'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국제법 기반의 가치 공유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전략적 공조를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2025년 10월 이후 불과 5개월여 만에 미국,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에 이어 프랑스까지 주요 7개국(G7) 정상 대부분이 일본을 찾았다. 닛케이는 이러한 G7 정상들의 잇따른 방일 현상을 두고 '다카이치 모우데(高市詣で, 다카이치 찾기)'라고 분석했다. 모우데는 원래 사찰 등을 참배한다는 뜻의 일본어 표현이다. 이는 과거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세계 지도자들이 그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인하고 협력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몰려들었던 '아베 모우데'에 빗댄 용어로, 현재 다카이치 총리의 견고한 정치적 입지와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상징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과 방위비 증액 요구 등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유럽과 캐나다 등 중견국(미들 파워)들이 일본을 중심으로 횡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캐나다의 카니 총리는 지난 1월 다보스 회의에서 "대국들이 관세와 금융으로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며 중견국의 결속을 호소한 바 있다.
셀리느 파종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부문장 역시 “미국의 일방주의로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과 유럽 사이의 가교가 되어 트럼프 행정부를 유럽 안보의 틀 안에 붙들어 두는 ‘중계역(仲介役)’을 해주길 유럽은 기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 역시 이러한 유럽의 사정을 지렛대 삼아 자국의 핵심 과제인 ‘중국 견제’를 위한 우군을 확보하길 기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진화시키며 유럽 국가들이 이 지역 안보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정책 등을 피해 중국으로 달려간 유럽 정상들의 중국 쏠림을 막기 위해 유럽 주요국들과의 대중 인식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적 실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을 찾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패권주의 견제라는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일본을 대중 정책의 핵심 ‘균형추’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캐나다, 프랑스 정상들이 방중 이후 일본을 찾고, 독일의 메르츠 총리까지 방중 전후로 다카이치 총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협의를 요청한 것은 일본이 유럽의 대중 '거리두기'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측의 안보적 ‘주고받기’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사례가 지난 19일 발표된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관한 공동성명’이다. 일본과 영·독·불 등 6개국은 이 성명을 통해 미국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는 일치된 태도를 보이면서도, 군사적 기여 요구에는 확답을 피하는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유럽이 일본과 손잡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 견제라는 외교적 성과가 즉각 나타났다. 프랑스가 오는 6월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과 인도 등을 초대하면서도 중국은 제외하기로 결정한 점이 단적인 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방중 이후 시진핑 주석의 초대를 검토했으나, 중국의 해양 진출에 우려를 표해온 일본의 입장을 수용해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안보 측면에서의 실익도 구체화됐다. 중국이 희토류 등 중요 광물의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과 프랑스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수출 규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 이는 일본이 유럽과의 안보 공조를 지렛대 삼아 자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서도 공동의 대응 전선을 구축하는 외교적 결실을 보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일본과 유럽의 안보·외교적 밀착은 강대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중견국들이 독자적인 생존로를 찾는 거대한 흐름의 일환이다. 실제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경제 보복에 동시에 직면한 중견국들 사이에서는 경제 분야에서도 ‘제3지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EU와 호주는 지난 24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며 세계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미국 없는 거대 경제권'을 탄생시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개방성과 파트너십의 힘을 믿는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과거 EU-호주 간 FTA 협상의 결렬 원인이었던 호주산 식육 수입 쿼터와 유럽산 와인의 지리적 표시(GI) 보호 문제에서 양측이 극적으로 양보한 것은, 호주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과 유럽에 대한 미국의 관세 위협이라는 위기 앞에서 중견국들이 생존을 위해 손을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협정으로 호주 GDP는 약 80억 호주 달러(약 8조3310억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며, 일본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의 연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미국의 불확실성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중견국들의 이러한 '제3지대' 연대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