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질서 흔드는 이란 전쟁 ⑩] 종전 시사한 트럼프…끝나지 않은 에너지 불확실성

  • 트럼프 종전 시사 불구 호르무즈 해협 불확실성 지속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2주 내, 어쩌면 2주, 혹은 3주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란을) 떠날 것이다. 우리가 계속 이 일을 할 이유는 없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이란 전쟁 발발 후 꼭 한 달째인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을 시사하며 사실상 출구 전략을 공식화했다. 백악관 또한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대국민 연설을 예고하면서, 전쟁의 흐름이 '확전'에서 '종결'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동안 중동 리스크에 짓눌려 있던 글로벌 증시는 모처럼 급등하며 환호했다. 확전 공포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빠르게 살아났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입장 차이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지난 한 달간 세계 경제를 압박해온 전쟁이 일단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전쟁이 남긴 구조적 충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불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이란은 전쟁 과정에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축인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카드로 적극 활용했다. 해협 봉쇄에 이어 통행료 징수까지 추진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점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 관련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요충지다. 이곳의 불안정성은 곧바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를 동시에 자극한다. 실제로 전쟁 초기 국제 유가 급등은 각국의 물가 상승세를 다시 끌어올렸고, 글로벌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몰아넣는 촉매로 작용했다.

이 같은 영향은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충돌이 종료되더라도, 이란이 언제든 해협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상시적 리스크'로 남기 때문이다.

국제기구 역시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는 앞으로도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3%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한 전쟁 리스크를 넘어, 에너지 불안이 글로벌 성장률 자체를 잠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각국은 종전 이후에도 에너지 안보를 중심으로 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는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후 대응은 장기와 단기로 나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는 단기적인 대책만 언급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석유 등 에너지를 중동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로 인해 중단됐던 공급망을 일부 복원하는 방식으로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요구된다. 이 교수는 "현재 에너지원은 원자력, 석유, 석탄,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중국의 경우 석유 수입 절대량은 높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커 전쟁 초기 예상보다 경제적 피해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전쟁은 '경제의 지정학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뿐 아니라 공급망, 물류, 핵심 자원까지 모두 지정학적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삼아왔던 기존 글로벌 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란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경제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분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은 끝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촉발된 에너지 불안과 공급망 재편 및 지정학적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는 이제 언제든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