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SBS Plus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는 이제 연애 예능을 넘어 하나의 인물 제조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방송이 끝난 뒤 출연자는 퇴장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유튜브로, 누군가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또 누군가는 가족 예능이나 상담 예능으로 자리를 옮긴다. 솔로나라 이후의 삶이 또 다른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이들은 본래 연예인이 아니다. 대중의 관심을 한 차례 통과한 인물일 뿐이다. 그런데 방송은 어느 순간부터 이들을 연예인처럼 다루고, 시청자는 연예인을 소비하듯 이들의 다음 삶까지 지켜본다. 현실과 예능의 경계, 사생활과 콘텐츠의 구분은 점점 흐려진다.
최근 공개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예고편은 이러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나는 솔로' 16기 광수와 22기 현숙이 등장한 영상에는 재혼을 고민하는 커플과 아이의 혼란이 담겼다. 남성 제작진을 '아빠'라고 부르는 금쪽이의 모습, 광수가 '아빠'라고 불리고 싶은 바람을 피력하는 장면, 현숙이 아이에게 "지금 만나는 사람은 예비 아빠야", "금쪽이에게 아빠를 선물할게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자극적이다. 아이가 "엄마는 가짜 엄마야"라고 말하는 장면까지 담겼다. 방송은 강렬한 흥미를 끌었겠지만, 그 대가로 무엇이 소모됐는지를 생각하면 마냥 흥미롭게 볼 수만은 없다.
'나는 솔로' 출연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방송인이 되기 위해 훈련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카메라 앞 어떤 말이 어떤 파장을 낳는지, 자극적인 장면이 방송 후 어떤 꼬리표로 남는지 축적한 경험이 없다. 사리 분별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방송이 요구하는 형식에 순응하다 보면, 그게 위험한 노출이라는 사실조차 뒤늦게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솔로' 출연자들의 타 프로그램 출연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명(明)도 있다.방송 이후의 근황을 전하고, 새 삶의 국면을 보여주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 관계를 이어가며 겪는 현실적 문제, 결혼과 임신 계획을 둘러싼 갈등, 가족과의 조율 같은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겐 공감의 재료가 된다.
하지만 이 명은 아주 쉽게 암(暗)으로 뒤집힌다. 방송은 늘 더 세고, 더 노골적인 이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화제를 모은 출연자일수록 그렇다. 이혼 경력, 재혼 문제, 자녀 문제, 방송에서 드러난 성격적 결함, 관계의 파열음 같은 요소는 너무나도 손쉬운 소비 재료가 된다. 어느덧 이들의 삶은 근황이 아니라 가십으로 유통된다. 고민은 상담이 아니라 연출이 되고, 상처는 이해가 아니라 클립 영상의 제목이 된다.
여기서 방송 윤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비연예인을 출연시켜 사적 고통과 관계의 균열을 공개적 오락거리가 되게 하는 것, 특히 그 과정에 미성년 자녀의 혼란과 상처까지 서사의 재료로 쓰는 것. 허용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일까. 시청자는 순간적으로 몰입할지 모르나, 당사자의 삶에는 그 장면이 훨씬 오래 남는다. 방송은 끝나도 영상이 남고, 자극적인 장면은 짧은 클립으로 재가공돼 확산된다. 그 후폭풍은 누가 감당할까.
또 하나의 우려는,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출연자 역시 자신의 삶을 '보여줄 거리'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방송은 관심을 주고, 관심은 영향력을 만들고, 영향력은 다시 출연 기회로 이어진다. 이때 사람은 점점 자신의 감정과 문제를 해결해야 할 현실의 과제가 아니라, 소비 가능한 소재로 바라보게 될 수 있다. 파혼 위기든, 재혼 갈등이든, 자녀 문제든 삶으로 수습하기보다 이야기로 전시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코 건강한 방향이 아니다.
대중의 호기심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나는 솔로'는 서사형 예능이고, 시청자는 그 서사의 다음 페이지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궁금해하는 것과 보여줘야 하는 것은 다르다. 방송이 해야 할 일은 궁금증을 핑계로 모든 경계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미디어 대응 경험이 적은 비연예인 출연자라면 더 그렇다. 관심이 있다고 해서 다 내놓게 하는 건 배려가 아니라 방임이다.
'나는 솔로' 출연자들의 타 프로그램 출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화제성을 확보한 인물은 이미 검증된 소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방송이 이들을 계속 호출할수록, 더 무거운 질문도 따라와야 한다. 이들은 방송인이 되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방송인이 아닌 사람들을 방송이 편의적으로 방송인처럼 사용하고 있는가.
후자라면 우린 비연예인의 삶을 너무 쉽게 연예인의 문법으로 소비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소비가 끝난 뒤 누군가의 이미지와 관계, 아이의 기억, 가족의 상처에 남을 후유증까지 책임져주는 사람은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