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의 천궁-Ⅱ 이야기 | 인간·문화·자연] 이란 전쟁에서 꽃피운 천궁-Ⅱ 신화

  • — 준비된 한국인 기술자가 만든 승리, 그리고 장자가 남긴 질문

전쟁은 언제나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러나 그 극한의 순간, 때로 인간은 기술을 넘어서는 판단으로 역사의 방향을 바꾼다.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이란과 UAE 간 군사 충돌 속에서 전해진 ‘한국인 민간 엔지니어의 천궁-Ⅱ 요격 신화’는,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하나의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첨단 무기인가, 시스템인가, 아니면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내리는 인간인가.


이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전개된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 동시에 날아드는 새벽, 군 지휘체계가 혼란에 빠진 순간, 한 민간인이 방공 시스템을 가동해 전부 요격했다는 신화. 그것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다시 묻게 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해 국군의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된 천궁-Ⅱ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군의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된 천궁-Ⅱ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 이야기를 사실로 소비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구조와 의미를 읽어야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한다. “대교약졸(大巧若拙), 큰 솜씨는 서투른 것과 같다.” 가장 높은 경지의 기술은 오히려 기교를 드러내지 않는다. 장자 또한 말한다. “지인무기(至人無己), 신인무공, 성인무명.” 지극한 사람은 자기를 앞세우지 않고, 신인은 공을 내세우지 않으며, 성인은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이 두 문장은 오늘의 이야기와 묘하게 겹친다. 이름 없는 한 인간이, 공을 내세우지 않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신화는 바로 이 동양적 인간관의 현대적 변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자. 현대의 방공 시스템은 개인 한 사람이 단독으로 완전 통제하기 어려운 복합적 구조다. 사드, 패트리어트, 그리고 천궁-Ⅱ와 같은 다층 방공망은 각기 다른 센서, 데이터 링크, 교전 규칙이 통합된 체계다. 여기에 다수의 인력과 지휘 체계가 동시에 작동한다. 따라서 ‘민간인 단독 조종으로 100% 요격’이라는 신화는 기술적 현실과는 일정한 거리를 가진다. 이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영웅 서사를 사랑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준비된 인간’이라는 주제 때문이다. 만약 이 싱화속 인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의 힘은 우연이 아니라 축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군 복무에서의 방공 경험, 대학 시절의 시뮬레이션 학습, 그리고 짧은 교육 과정에서의 집중력.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위기의 순간에 하나의 판단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인간은 위기에서 갑자기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준비가 극한 상황에서 드러날 뿐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자산을 본다. 그것은 ‘기술을 이해하는 인간’이다.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변형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은 제조업과 IT 인프라, 그리고 빠른 학습 문화가 결합된 한국형 역량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산업 경험이 개인의 직관으로 이어지고, 그 직관이 다시 위기 대응 능력으로 발현되는 구조다. 이 점은 단순한 영웅담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시 장자로 돌아가 보자. 장자는 ‘무위(無爲)’를 말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억지로 꾸미지 않기에, 가장 자연스럽고 정확한 판단이 나온다. 전쟁의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계산과 복잡한 의도가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반대로 본질을 꿰뚫는 단순한 판단이 가장 정확할 수 있다. “그냥 쏴야겠더라”는 한마디는, 바로 그 무위의 언어다. 계산을 넘어선 직관, 그러나 그 직관은 오랜 축적 위에 서 있다.


이 사건이 사실이든, 과장이 섞인 이야기이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판단을 더 중요하게 만든다. 둘째, 준비된 개인은 조직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셋째, 위기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마지막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평소의 훈련과 태도에서 나온다.
동시에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영웅 서사가 과도하게 소비될 때,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위험이 있다. 전쟁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의 안정성, 조직의 협력, 그리고 국가 간 전략이 결합되어야 한다. 한 명의 영웅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그것이 반복 가능한 모델은 아니다. 진정한 강함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야기로 산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한 한국인이 세계를 구했다’는 데 있지 않다. ‘준비된 인간은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준비는 기술만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자기를 앞세우지 않고, 공을 탐하지 않으며, 이름을 좇지 않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장자가 말한 인간의 경지다.


오늘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미래 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더 많은 무기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더 준비된 인간을 가진 나라일 것이다. 기술은 결국 인간을 통해 작동한다. 그리고 인간의 깊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이 이야기의 결론은 하나다. 승리는 우연이 아니라 준비다. 그리고 그 준비는 조용히 쌓인다. 이름 없이, 공을 내세우지 않고, 다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쌓인다. 장자가 말한 그 인간, 지인(至人)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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