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가 미국발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의 폭발적인 확대를 계기로 인공지능과 첨단 무인화 기술을 접목한 ‘미래 해양방산 수도’로의 도약을 전격 선언했다.
지자체의 전향적인 정책 로드맵과 새로 출범한 해양방산협회의 민간 역량, 지역 대학의 인재 양성 시스템을 결합한 ‘지산학 동맹’을 통해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단법인 한국해양방산협회와 동명대학교, 부산시, 부산라이즈혁신원은 지난 20일 동명대학교 대학본부에서 ‘제1회 해양방산미래전략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산·학·연·관 및 군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포럼에서 부산시는 지능형 해양방산 허브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거시 정책을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발표를 맡은 박민규 부산시 산업정책과장은 “부산은 현재 부울경 및 전남이 공동 추진하는 985억원 규모의 함정 MRO 사업을 확보했다”며 “이 사업을 통해 부산은 품질인증의 중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며 국내 기업들의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 자격 취득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굵직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부산시는 무인 함정과 드론 등 유·무인 복합체계 중심의 ‘방산혁신클러스터’ 지정 공모에도 도전장을 냈다. 박 과장은 “해상 영토에서 실시간 작전 수행이 가능한 온디바이스(On-device) 엣지 AI와 군 전용 위성통신(NTN)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며, 다음 달 지정을 목표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극한 해양 환경에 적합한 ‘해양 반도체’ 개발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전력반도체 예타 사업을 계획하는 등 방산과 지역 첨단 산업의 융합 구상도 덧붙였다.
이에 발맞춰 국방 부문의 AX(AI 대전환) 비전도 제시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세용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중령은 “전통적인 유인 전력 중심 체계는 생존의 한계에 직면했다”면서 “해양작전 중심의 국방 AX 대전환과 무인 자율 체계 도입은 선택이 아닌 군의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지역 중소·벤처기업들의 판로 확보와 기술 격차를 해소할 구심점으로서 ‘한국해양방산협회’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양찬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책임연구원은 “향후 30년간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1조 700억 달러(약 1500조원)에 달하며, 국내 해군 정비 예산도 2030년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어 민간 이양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양 책임연구원은 “향후 해군 함정 MRO는 군수사에서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HJ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에 물량을 주면, 이들 체계 기업이 중소업체들과 다시 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구조로 가려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중소기업들이 사이버 보안 인증(CMMC) 등 진입 장벽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김장목 한국해양방산협회장은 메인 기조발제를 통해 “AI·무인화 기술 발전으로 해양방산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개별 기업의 각자도생은 불가능하다”며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협회의 3대 실천 과제로 △실시간 방산 트렌드와 정부 시황 정보를 제공하는 ‘강력한 기술·정보 허브화’ △기업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중소기업의 규모 한계를 극복하고 대형 방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대규모 상생 컨소시엄 구성 지원’ △라이즈(RISE) 사업과 연계한 ‘현장 맞춤형 실무 인재 양성’을 확정 발표했다.
지방 소멸과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 위기를 ‘지산학 생태계’로 돌파해야 한다는 정공법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포럼 중 진행된 업무협약식에서 동명대학교와 한국해양방산협회는 해양방산 분야 인재 양성 및 산업 연계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상천 동명대학교 총장은 대학의 패러다임 전환과 지역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지산학 동맹'의 시급성을 거듭 역설했다. 이 총장은 “이제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강의실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으며, “지역 산업이 직면한 실제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현장에 적재적소로 인재를 공급하는 지역 혁신 생태계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한국해양방산협회와의 업무협약과 관련해 “지역 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적극 활용해 미래 모빌리티 및 해양방산 분야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라며 “교육을 탈피해 실질적인 R&D(연구개발) 협력과 공동 기업 지원 시스템을 가속화해 청년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좌담회에 나선 최문찬 금샘연구원 원장(동양경제연구원 원장)은 “부산의 청년 유출과 도시 소멸 위기는 결국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이 기르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꼬집으며 “현장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이론 30%, 실무 70%의 수요자 중심 교육 혁신을 이뤄내야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하는 지산학 생태계가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차원의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도 예고됐다. 국민의힘 김희정(연제구), 백종헌(금정구), 박수영(남구) 의원은 긴급한 의정 활동으로 인해 행사에는 직접 참석하지 못했으나, 서면 축전을 통해 일제히 힘을 실었다. 이들은 대독된 축전에서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함정 MRO 협력을 요청하는 지금이 바로 부산의 천재일우 기회”라며, 향후 국회 차원의 입법과 예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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