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원자재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국내 건설현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 수급 불안이 마감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데 이어 핵심 자재인 레미콘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공정 지연과 ‘셧다운’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등 주요 현장에 ‘건설환경 악화에 따른 공사비 상승 및 공기 지연’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유가·환율 상승과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자재 협력사들이 4월부터 페인트·단열재 등 주요 자재 값을 최대 40%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대응이다.
현대건설은 공문에서 ‘도급계약 제33조’를 명시하며 전쟁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공기 연장 협의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향후 공사비 증액과 공기 지연에 대해 ‘불가항력’을 근거로 책임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단열재·방수재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을 주시하며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들이 공기에 민감한 이유는 재무 리스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1000억원 규모 사업장에서 공기가 하루만 지연돼도 시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지체상금은 하루 약 5000만원 이상이다.
이번 공기 지연 리스크의 핵심은 레미콘이다. 콘크리트 유동성을 좌우하는 혼화제의 주원료인 에틸렌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에틸렌은 나프타를 열분해해 생산되는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공급이 흔들리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레미콘 업체 재고는 약 2~3주 분량에 불과해 4월 중순부터 제한 출하가 시작되면 5월에는 일부 현장은 공정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프타 가격이 전쟁 이전 대비 40% 이상 상승하면서 영향은 건설 자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페인트·PVC·단열재·방수재 등 석유화학 기반 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준공을 앞둔 현장에서는 마감재 수급 차질로 입주 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도장·방수·창호 공정이 멈추면 지체상금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레미콘 등 핵심 자재 공급이 중단된다면 실질 공사비 상승 폭이 10~15%에 달할 수 있다고 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은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났고 수급까지 막히면 공기가 한 달만 밀려도 수십억 원 규모 지체상금 부담이 발생한다”며 “전쟁이라는 불가항력 사유를 사전에 문서화하지 않으면 공정 지연 책임을 시공사가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닌 ‘공급망 충격’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때 건설 생산비용은 0.21% 오르고, 50% 상승 시 1.06%까지 확대된다. 특히 경유(35.2%), 레미콘(8.5%) 등 핵심 투입 요소에 비용 상승이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제시설이 한번 멈추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려 자재 수급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결국 공기 연장이나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해지고 공사비 상승에 착공 연기·수요 위축까지 겹치면 건설경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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