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한-인도 관계의 변곡점

이란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며 세계의 긴장이 높아진 3월 18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변화’가 조용히 논의되고 있었다. 

그 시작은 뜻밖에도 ‘소’ 이야기였다.  “델리 거리에서 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강성용 교수는 최근 델리에서 한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오늘 오는 길에 소를 본 적이 있습니까?”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소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변화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변곡점은 늘 지나고 나서야 인식된다.  그 한가운데 있는 사람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바깥에서 더 또렷하게 보인다.
이날 한-인도 미래협회(KIFA) 오찬 강연이 던진 메시지도 바로 그것이었다. 

방송인 럭키는 1996년 처음 서울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한강 아래를 지나는 지하철 5호선 개통은 그 자체로 경이였다. 그러나 지금 그 노선은 김포까지 이어지지만 더 이상 누구도 놀라지 않는다. 당시의 혁신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변화는 그렇게, 조용히 축적된다.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한-인도 미래협회KIFA 초청 오찬 강연에서 고랑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인도 미래협회 제공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한-인도 미래협회(KIFA) 초청 오찬 강연에서 고랑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인도 미래협회 제공]

고랑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의 발언은 직설적이었다. “한-인도 관계는 아직 표면조차 긁지 못했다.” 

세계 5위와 14위 경제권이 맞닿아 있음에도 양국 관계는 기대에 비해 얕다. 지금이야말로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조선업을 핵심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인도는 무역 확대를 위해 대규모 선박 수요가 불가피한 해양국가이며, 그 일부는 자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해외 기업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시선은 대기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역시 인도 시장에서 충분한 기회를 찾을 수 있으며, 동시에 인도 기업들도 한국을 새로운 진출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는 일방이 아닌 상호 가속의 구조라는 메시지였다.  

다스 대사의 발언에는 또 하나의 층위가 담겨 있었다.  한국이 지난 50년간 이뤄낸 압축 성장 — 산업화, 민주화, 디지털 전환, 그리고 문화적 확장 — 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선, 반도체, 방산, 그리고 K-콘텐츠까지. 이제는 K-pop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중심에 서고, BTS 공연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시대다. 

인도는 이 경로를 주목하고 있다.   다스 대사는 한국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식민지 경험을 넘어선 회복력, 가족과 전통의 가치, 그리고 새로운 것을 향한 집요한 열망. 두 나라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그 공통점은 아직 체계적인 협력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한-인도 미래협회 회장인 신봉길 전 주인도대사가 18일 오찬 강연에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한-인도 미래협회 제공
한-인도 미래협회 회장인 신봉길 전 주인도대사가 18일 오찬 강연에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한-인도 미래협회 제공)
신봉길 전 주인도대사가 한-인도 미래협회를 창립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도는 인구 15억, 평균 연령 20대, 연 7% 성장의 잠재력을 가진 국가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이를 지속적으로 연결할 민간 플랫폼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최근 뉴델리에서 열린 ‘라시나 다이얼로그’는 그 현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120개국, 3,000명이 모인 그 자리에서 드러난 것은 하나였다. 인도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변곡점이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의 폭발성에 매일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인도에서 2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거대한 시장이 모바일 기반이라는 사실이다.  

제조, 문화, 디지털이 동시에 움직이는 시장. 한-인도 미래협회는 이 세 축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목표는 이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다스 대사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를 짚었다. K-콘텐츠는 이제 인도 농촌 깊숙한 곳까지 확산되고 있다. 드라마, 음악, 게임이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기의 문제가 아니다. ‘익숙함’의 문제다. 

익숙함은 가장 강력한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다. 보이지 않는 연결을 인식하는 것이 지혜다.  그리고 오늘의 외교는 국가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한-인도 미래협회 출범 후 첫 공식행사인 18일 오찬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인도 미래협회 제공
한-인도 미래협회 출범 후 첫 공식행사인 18일 오찬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인도 미래협회 제공)
이러한 흐름 속에서 AJP와 아주미디어는 4월, 주한 인도문화원과 함께 한-인도 AI 영상·에세이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모전은 단순한 콘텐츠 이벤트가 아니다. 양국의 일상과 문화, 그리고 미래를 AI라는 언어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이해’를 만들어내는 실험이다.  이해는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그 파장은 벽을 허문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번 형성되면 예상보다 훨씬 크게 확산된다. 
나비효과처럼.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