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3만달러 함정'…韓 국민소득, 일본·대만에 밀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2년째 ‘3만 달러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한때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기도 했지만 성장동력 약화와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 정체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산업 구조가 유사한 대만은 반도체 호황을 발판으로 4만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일본에도 다시 추월당하며 한국 경제의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4분기·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명목 GNI는 3만6855달러로 전년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달러 기준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 3만 달러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3만8000달러에 근접하며 4만 달러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3만5000달러대로 밀렸고 이후 2023년 3만6000달러대를 회복했지만 증가 속도는 크게 둔화됐다. 2024년 증가율은 1.5%, 지난해는 0.3%에 그치며 3년째 3만6000달러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그사이 일본과 대만은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만 해도 한국(3만6194달러)이 일본(3만5793달러)을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일본이 다시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산업 구조가 유사한 대만과는 그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대만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산업 호황을 발판으로 1인당 GNI가 2024년 3만5531달러에서 지난해 4만585달러로 급증했다. 대만 통계청은 올해 GNI가 4만5273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대만은 IT 제조업 비중이 우리보다 3배 정도 높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혜를 크게 받았다”며 “일본 역시 3만8000달러 초반 수준으로 우리보다 높아졌는데 지난해 12월 기준 연도 개편으로 경제 규모가 확대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인당 GNI 4만 달러 진입 시기와 관련해 “앞으로 환율 영향이 없다고 가정하면 2027년에는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GNI는 12년째 3만 달러 구간에 정체되며 선진국 문턱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은 1992년 처음 명목 GNI 3만 달러를 달성한 뒤 3년 만인 1995년 4만 달러를 넘어섰다. 대만 역시 2021년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불과 4년 만에 4만 달러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와 투자 부진, 낮은 노동생산성 등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소득 정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원화 평가절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달러 기준 소득 증가가 더디게 나타난다”며 “단기적으로는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지만 쉬운 과제는 아니다”며 “산업 구조조정과 교육·연금 개혁 등을 통해 성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