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레바논 외교관 대피령…대이란 공습 현실화하나

  • 지난해 핵시설 공습 전에도 중동 지역 대사관 철수령 내려

  • 가디언 "트럼프 공습 결정, 쿠슈너·윗코프 평가에 달려"

  • NYT "이란, 트럼프 요구에 굴복, 전쟁보다 더 위험하고 인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중동 지역 미 외교·군사 인력 재배치와 막판 핵 협상이 맞물리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안보 상황을 이유로 주레바논 미국 대사관에 근무 중인 비필수 외교 인력과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한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안보 환경을 평가하고 있으며 최근 검토 결과 필수 인력만 남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는 우리 인력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시민 지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며 "필수 인력은 남아 대사관 운영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레바논이 과거 이란의 대미 보복 공격 표적이 돼온 전례가 있다. 이란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현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헤즈볼라는 1983년 베이루트 주둔 미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와 1984년 미 대사관 부속 건물 폭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인력 조정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행동 가능성을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왔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에 돌입하기 전에도 베이루트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 대사관에 유사한 철수령을 내린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하던 미군도 철수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철수가 이란 공격 가능성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영국 가디언은 이를 보복 가능 지역에서의 추가 인력 조정으로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계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이번 주말 이스라엘 방문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미국은 현재 항공모함 2척과 전투기 수십 대, 전투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을 중동에 배치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라크 전쟁 개시 전 이후 최대 규모의 전략자산 전개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습 여부를 둘러싼 판단에는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특사의 역할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 결정이 이란이 핵 협상 과정에서 시간을 끌고 있는지에 대한 두 특사의 평가에 부분적으로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될 협상은 윗코프와 쿠슈너가 주도할 예정으로, 이번 회담이 사실상 마지막 외교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관계자들은 26일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여부 결정을 앞둔 마지막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이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제한적 공습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권 교체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참모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요구를 체제 존립을 흔드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성직자 지도부가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을 정권의 근간을 위협하는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할 수 없는 주권 사항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공개적으로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이란 정권 전복에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지난해 연설에서도 "미국의 문제는 핵도, 인권도 아니고 이슬람공화국의 존재 자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사산 카리미 이란 테헤란대학 정치학자는 "전쟁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것은 맞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특히 이념 국가의 경우 당장의 생존만큼이나 역사적 위상과 정체성을 중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이란이 정면 대결보다는 장기 소모전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란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전략을 참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후티는 2025년 홍해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미군과 국제 상선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며 장기전을 유도한 바 있다.

31일간 이어진 대치 과정에서 미국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가 넘는 비용을 지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후티와 협상에 나선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신중론과 강경론이 엇갈리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최고 군사 자문인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이 장기 분쟁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며 신중한 접근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 역시 케인 장군이 베네수엘라 작전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반면 강경파 진영에서는 시간이 이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조속한 군사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폭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해왔으며, 참모들의 신중론을 따르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케인은 이란을 공격하지 말자거나 가짜 제한적 타격을 하자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오직 '승리'만을 안다. 명령이 내려지면 선두에서 지휘할 것"이라며 "결정권자는 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나라와 국민에게 매우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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