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둘러싼 지방행정 담론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표현은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말이다. 민원 처리 비용을 줄이고, 행정 인력을 효율화하며, 중복 지출을 없애겠다는 약속이 반복된다. AI는 종종 ‘절약의 기술’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 접근은 문제의 절반만 본 것이다. AI는 예산을 아끼는 도구이기 이전에, 결정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다.
AI가 행정에 들어오는 순간 달라지는 것은 비용 구조가 아니라 판단 구조다.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어디까지 자동화하고 어디서 멈출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바뀐다. 이 변화는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효율은 계산되지만, 판단은 설명되지 않은 채 넘어가기 쉽기 때문이다.
지방행정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는 영역은 대체로 비슷하다. 복지 대상자 선정, 재난 위험 예측, 교통 흐름 관리, 환경·안전 점검이다. 이들 분야의 공통점은 결정의 결과가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근거, 정책 우선순위가 바뀐 배경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 문제로 이어진다.
AI 리터러시를 갖춘 리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를 이해한다는 것은 기술 용어를 아는 것이 아니다. 결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인식하고, 그 변화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예산이 절감됐다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 기준이 강화되고 어떤 기준이 약화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효율의 자동 정당화’다. AI가 추천한 선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책이 합리화되는 순간, 행정은 설명을 멈춘다. 그러나 민주 행정에서 설명 없는 효율은 신뢰를 만들 수 없다. 결정의 기준이 바뀌었다면, 그 기준 역시 시민 앞에 공개돼야 한다. AI가 바꾼 것은 비용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AI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에게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AI로 무엇을 줄이겠다는가가 아니라, AI로 어떤 결정을 다르게 하겠다는가다. 예산을 아끼는 대신, 어떤 판단을 더 엄격하게 하겠는가. 자동화를 통해, 어떤 인간적 판단을 보완하겠는가.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해 시민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준비된 후보는 AI를 ‘절약의 수단’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자동화된 판단과 인간의 판단을 어디서 구분할 것인지, 오류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함께 말한다. 반면 준비되지 않은 후보는 효율과 속도만 강조한다. 그 말 속에는 결정의 책임이 보이지 않는다.
AI는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다.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지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AI 행정의 핵심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결정의 정치성에 대한 자각이다. 이 자각이 없는 효율은 갈등을 키우고, 설명되지 않은 자동화는 불신을 낳는다.
아주경제가 말하는 ‘AI 선수’란 예산을 잘 아끼는 리더가 아니다. 결정이 바뀌었음을 인식하고, 그 변화에 책임질 수 있는 리더다. AI가 무엇을 대신 판단했고, 무엇은 여전히 사람이 판단하는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리더다. 그리고 그 기준을 시민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리더다.
6·3 지방선거는 기술 도입 경쟁의 무대가 아니다. 행정의 결정 구조를 다시 묻는 선거다. AI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결정을 바꾸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가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후보만이, AI 시대의 지방행정을 맡길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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