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년 전 한일회담을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내란범으로 몰려 구속됐던 대학생들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9단독 김용희 부장판사는 백광수·차진모씨 등 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백씨에게 5500여 만원을, 차씨에게 4900여 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 1964년 6월 3일 한일회담이 열리던 날 서울 시내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가두시위가 진행됐다.
당시 계엄사령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옥내외 집회 및 시위 금지 △언론 출판·보도 사전 검열 △일체 보복 행위 금지 △유언비어 날조 및 유포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포고를 발령했다.
대학생이던 백씨는 한일회담 반대 시위 전날인 6월 2일 남대문시장 인근 여관에서 가두시위에 사용할 현수막을 만들던 중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돼 연행됐고, 차씨는 시위 이튿날인 6월 4일 불심검문을 통해 경찰서로 연행, 구금됐다.
군검찰은 이들을 내란예비음모 및 내란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검찰은 계엄 포고가 해제된 1964년 7월 29일 이후 A씨 등에 대해 사후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했다.
같은 해 9월 10일 이르러서 국회는 '6·3사태에 관련된 구속 학생 석방에 관한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고, "정부가 이들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고 조속히 석방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국회 요구로 보석된 백씨 등은 1964년 9월 16일 공소기각 결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59년 만인 2023년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백씨 등에 대한 구금 등 행위를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군 수사기관에서 불법적인 수사를 받은 후 내란예비음모 및 내란미수 혐의로 기소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또한 "국가가 위법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백씨 등은 지난해 4월 5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1년 4개월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구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당시 계엄 포고에 따른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구금행위와 수사 및 공소제기 행위에 대해서도 김 판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무집행" 또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억제할 목적으로 자의적으로 이뤄진 공권력 행사로서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계엄 포고의 적용·집행 및 구금으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선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