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무효 결정을 내린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소송 결과가 한국 등과 체결한 무역 합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법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NBC,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대법원에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는지를 판단해달라며 상고장을 제출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이번 판결이 외교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이례적으로 신속한 심리를 요청했다. 미 정부의 소송을 대표하고 있는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이번 사건의 중요성은 다른 어느 것보다도 막중하다"며 대법원이 다음 주까지 사건을 접수하고 11월 초까지 구두변론을 진행한 뒤 사건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법원이 빠르게 상호관세를 인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는 5월 1심 국제통상법원(CIT)에 이어 지난달 29일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도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항소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는 허용하지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며 7대 4로 상호관세 무효 판결을 내렸다. 다만 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상고 기간을 허용하기 위해 10월 14일까지 판결의 효력을 유예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5일 만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소심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줄곧 상호관세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상호관세 소송에 대해 “내가 본 미국 연방대법원 사건 중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며 “우리가 그 사건을 이기지 못하면 다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일본 등과 체결한 무역 합의가 상호관세 정책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만큼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그런 합의들을 되돌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법원이 상호관세 자체를 무효화하면 그 관세 인하를 전제로 한 합의들도 효력을 잃게 돼 국익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법원이 상호관세 무효 판결을 유지할 경우, 미국 정부가 이미 징수한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의 구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법원이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대해 명시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중대 문제 원칙'을 적용해 기각한 바 있다. 대법원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중대 문제 원칙’을 확립했는데, 당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방 의회가 명확하게 위임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중대한 경제·정치적 의미를 지닌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라며 행정명령의 한계를 설정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 7월 30일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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