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이 급속히 증가해 왔다. 학생비자 소지자 기준 또는 등록 기준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20만명 넘는 유학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 온 유학생 수는 유학 수요의 증가나 우리 정부의 유학생 유치 정책, 그리고 한류의 영향 등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여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점차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의 급속한 증가와 더불어 이들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라는 과제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과 정착에 관해서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유학생은 급속한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은 2024년 5월 현재 33만6708명으로 전년 대비 5만7434명(20.6%), 2014년 유학생 18만4155명 대비 15만2553명(82.8%) 증가하였다. 증가 속도는 우리나라에 비해 약간 낮지만 지난 10년에 걸쳐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유학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들을 단순히 일본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다가 자국으로 돌아가는 떠돌이 손님으로 보는가?
일본 정부는 2009년 '외국고도인재 수용정책의 본격적 전개를'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시기부터 일본 정부는 외국고도인재를 더 많은 수용과 활용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유학생은 외국고도인재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묘사된다. “유학생은 고도인재의 잠재적 후보자로서 중요한 존재이므로 민관 합동으로 수용 환경 정비, 일본어 교육 강화를 포함하여 중점적으로 지원(일본어 능력시험 활용, 장학금 제도 개선·활용, 주거 지원, 취직 지원 등)한다.” “고도인재의 주요 공급원은 유학생이다. 일본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유학생은 61.3%지만 진로가 명확한 유학생 연간 졸업·수료자 3만2000명 중 실제로 취업한 자는 9700명(31%)에 머무르고 있다. ··· 이와 같은 희망과 현실의 괴리를 메우고 '고도인재의 잠재적 후보자'로서 유학생의 일본 기업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민관의 지원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식 이후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취업률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일본의 유학생 전체 취업률(2023년)은 일본 국내 38.1%, 출신국 6.6%, 기타 0.7%로 국내 취업률이 높은 비율을 보인다. 10년 전 취업률(2013년)을 보면 일본 국내 24.7%, 출신국 10.5%, 기타 0.3%였다. 지난 10년간 외국인 유학생의 일본 국내 취업률은 상승했고 출신국 취업률은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본에 남아 취업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국무역협회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취업 희망자가 약 80%에 달하였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률은 겨우 6%에 불과하였다. 극히 일부의 유학생이 한국 내 취업에 성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는 일본의 38.1%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유학생의 국내 취업률에서 한·일 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양국의 노동시장 여건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이미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취업 시장이 좋지 않다. 일본은 대졸자 대부분이 취업하는 국가이다. 취업률이 100%에 가까운 국가이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도 그 혜택을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노동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내국인의 취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일자리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차이가 양국의 외국인 유학생 국내 취업률의 차이를 낳은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여건 차이 외에도 이유는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은 2010년대 이후 외국인 고도인재 유치에 적극적이었고 외국인 유학생을 고도인재의 잠재적 후보자로 보고 이들의 국내 취업과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취업률 상승은 이러한 정책의 효과가 일부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면 일본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국내 취업률을 30%대에서 50%대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2017년부터 문부과학성을 중심으로 '유학생 취직 촉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재 15개 대학이 선정되었고 각 대학이 지자체, 산업계와 연계하여 국내 취업에 중요한 능력인 '일본어 능력' '일본 기업문화 등 경력 교육' '중장기 인턴십'을 실시한다. 물론 이 정책의 혜택을 받는 대학과 유학생이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과 이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일본 기업에도 각각 과제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일본어 능력이다. 특히 최근에는 비한자권 유학생 비율이 늘고 있어서 유학생의 일본어 능력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유학생 중 한국, 중국, 대만 등 한자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78.1%에서 2021년 55%로 감소하였다. 이에 반해 비한자권 비율은 21.9%에서 45%로 증가하였다.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이 동아시아 중심의 한자권에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등 비한자권으로 이행해 갈 가능성은 높다. 그리고 비한자권 출신 유학생의 일본어 능력은 한자권 출신 유학생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유학생의 일본 국내 취업을 방해하는 최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 기업도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 기업은 신규 졸업자 일괄채용제도를 통해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한다. 일본 기업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채용 과정에서 이들을 동등하게 취급한다. 외국인을 별도로 채용하는 절차를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본 기업은 외국인이 고도의 비즈니스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을 전제로 외국인을 채용한다. 그러므로 일본 기업은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이러한 외국인 고도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기업이 외국인 채용에서 가장 중시하는 능력은 일본어 능력과 원활한 소통 능력이다. 전문 지식은 한참 아래에 있다. 일단 됨됨이가 좋은 외국인을 채용한 후 기업 내에서 훈련을 통해 인재로 양성한다는 전통적인 방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에 취업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의 대학과 지자체, 기업은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지원책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영어 등 다국어로 된 취직 정보의 원활한 제공, 영어로 대응 가능한 상담 직원 확보의 어려움, 일본어 교육을 위한 충분한 재원 확보의 어려움, 유학생과 내국인 학생 간 소통 부족, 일본 기업의 일본어 기반 직장 문화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국내 취업률은 착실하게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고학력일수록 취업한 기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게 나타난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보면 많은 것이 변해 있는 전형적인 일본적 변화 패턴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증가하는 유학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할 때이다. 유학생을 담고 있는 대학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에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대학은 공동으로 플레이하는 팀원의 하나일 뿐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잠재력을 어떻게 끌어내고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중앙정부, 대학, 지자체, 기업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일본 사례는 일부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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