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대철 "4년 중임제·양원제 도입...제왕적 대통령제 끝내야"

  • "이재명 대통령 개헌 의지 환영...국회 특위 구성해 뒷받침해야"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이 18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최우선이다.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분권,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 정신 수록, 국민 발안제와 국민 소환제 같은 직접 민주주의 제도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18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단계적 개헌' 필요성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지금으로선 전면 개헌보다는 단계적이고 연속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며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진행하면 번거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1호 국정 과제로 개헌 추진을 약속한 것에 대해선 "당선 후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은 개헌 의지가 있어 보여서 다행"이라면서도 국회 차원의 뒷받침도 당부했다.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도 여야를 아우르는 개헌 특위를 만들어 실천한다면 역사에 남는 국회의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 개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이유를 두고 "권력이 가까워지거나 권력을 손에 쥔 정치인은 스스로 자신의 권력을 축소하는 개헌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제헌절 경축식 이후 줄곧 개헌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대단히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전면 개헌이 아닌 '단계적 개헌'을 말했다. 어떤 순서로 개헌이 돼야 한다고 보는가. 

"가장 시급한 건 권력 구조 개편이다. 내각 책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고, 국회는 현 단원제에서 양원제로 바꿔서 중앙의 권한을 나눠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한다면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가 아닌 4년 중임제가 적합하다. 이후 지방 분권과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 정신 수록, 국민 발안제(국민이 법안이나 헌법 개정안을 의회에 직접 발의할 수 있는 제도)와 국민 소환제(국민이 선출한 공직자를 임기 전에 투표를 통해 해임할 수 있는 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헌이 왜 이렇게 어려운 과제가 됐다고 보는가.

"우리나라는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해놨다.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거의 없다. 개헌 필요가 있다면 개헌이 수월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1949년 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57번에 걸쳐 개헌을 했다. 우리나라는 개헌 과정(발의-공고-국회의결-국민투표-공포)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자의적으로 헌법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장치인데, 과거 독재 정권이 헌법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개헌=독재'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도 한몫한다."

-권력에 대한 본인 철학도 말한 적이 있다.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영국 역사학자이자 정치인인 존 에머리치 에드워드 달버그 액튼은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말했다. 권력을 마냥 선량하게만 봐서는 안 된다. 권력 앞에 있으면 성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권력을 가진 한 사람이 훌륭하게 되려면 보통 사람이 들이는 노력의 5~10배, 그 이상을 해야 한다."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 

"중앙과 지방의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 자체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현재로서는 반대한다. 대통령실이나 중앙정부 부처 이전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를 옮긴다면 서울과 세종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에 행정 효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여야 지도부를 평가한다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을 때려 부수자는 마음이 있어도 절제해야 한다. 집권 여당 대표라면 반대 세력도 포용해야 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향후에라도 집권의 꿈을 꾸고 싶다면 개혁적으로 당을 쇄신해야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이 당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75일 됐다. 이 정부를 평가한다면.

"국민의 70%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국정과제 1호로 내건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교훈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 점수를 높게 주고 싶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개헌 내용인 권력 구조 개편에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최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특별사면은 어떻게 보나.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인 사면 여부는 신중히 검토했어야 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평가한다면.  

"자유무역체제에서 보호무역체제인 옛날로 돌아간 점은 아쉽다. 하지만 낙제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정치학 교수나 여러 인사들을 만나보면 사석에서 트럼프는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언제든 말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의 개헌 추진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고(故)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개헌을 공약하고 약속했지만 하지 못했다. 39년 된 이 시대에 맞지 않는 헌법을 국민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가장 큰 일을 해내게 되는 것이고 한국 정치사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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