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미국 관세 인하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에너지 구매 조건이 현실적으로 이행 불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가 3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전체 수입량 3150억 유로(약 503조원) 가운데 미국산은 650억 유로(약 103조원)로 약 21%를 차지했으나, 지난 27일 EU산 상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받아내는 대가로 미국에 연간 2500억 달러(2150억 유로·약 343조원), 총 7500억 달러(6450억 유로·약 1029조원) 규모 구매를 약속했다. 이번 합의가 현실화되려면 미국산 수입량을 3.3배 늘려야 한다. 미국산 의존도는 약 70%로 치솟는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유럽 전반적으로 가스 수요가 감소하고, 시장의 과잉 공급량 흡수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성취 불가능한 합의"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이번 관세 협상을 이뤄낸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에너지 구매를 직접 관장하지 않으며, 권한도 없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유럽 민간 에너지 기업이 나서지 않을 시 미국산 에너지 수입 증가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집행위는 합의된 액수는 오는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려는 계획, 민간 기업의 대미 에너지 인프라 투자 의향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유럽 내 환경 비정부기구(NGO) 연합체인 EEB는 현행 러시아산 LNG 수입량은 전체 약 17%에 그치고, 이를 대체하는 비용은 90억 유로(약 14조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EB 관계자는 EU 옵서버에 "미국산 수입량을 3년 만에 세 배로 늘리겠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EU의 중기적 탈탄소화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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