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도시권 확장과 국토균형발전 등으로 철도 교통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내 철도 기관을 대표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경영 위기가 계속되며 기로에 섰다. 부채가 21조원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약 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KTX 교체 시기마저 다가오고 있다. 코레일은 운임인상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통해 적자 문제 해소와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2007년 말레이시아 전동열차 개량 컨설팅을 시작으로 진출한 해외사업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코레일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부채는 21조1844억원에 달한다. 2022년(20조405억원)과 비교해 2년 만에 1조1400억원 이상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222.5%에서 259.9%로 37.4%포인트(p) 올랐다.
영업적자는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인 2020년 영업적자는 1조원을 넘어섰지만 2023년엔 4415억원, 지난해엔 역대 최대 여객매출 달성에 힘입어 영업적자를 735억원까지 줄였다.
코레일의 적자 행진은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KTX와 일반철도 운임이 2011년 이후 오르지 않은 사이 소비자물가는 27% 올랐다. 부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2004년 도입된 KTX 초기모델 46대(KTX-1)의 교체 시기까지 도래하면서 위기 타개를 위한 코레일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차세대 고속열차 도입을 위해 운임 인상 추진과 함께 정부의 비용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한문희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운임 인상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지난달에는 교체 비용을 정부에서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차세대 고속열차 도입은 기술적 도약뿐만 아니라 세계 철도시장으로의 진출, 보편적 철도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하루빨리 신규 차량 도입을 결정하고, 국민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범정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도 본격화한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1 일대 구 정비창 용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14조3000억원이다. 사업시행자인 코레일은 토지 공급과 인허가, 기반시설 구축 등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코레일은 개발 수익성을 높여 안전예산 확대와 친환경 철도차량 구입, 노후역사 개량 등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부채비율을 160% 이하로 낮추는 등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코레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거점 도시를 직접 방문해 용산 국제업무지구 로드쇼를 열고 본격적인 투자유치에 나섰다.
코레일은 "단순 도시 개발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며 "첨단 산업과 주거, 문화가 어우러지는 스마트 복합 공간을 구현해 역세권 개발의 새로운 표준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코레일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 최초로 KTX를 수출하는 계약(2700억원 규모)를 체결한 데 이어 올 초에는 국가철도공단 등과 'K-철도 원팀'을 구성해 모로코 철도청이 발주한 총 사업비 2조2000억원가량의 전동열차 공급·유지보수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4월에는 2026년 개통하는 필리핀 도시철도 마닐라메트로 7호선(이하 MRT-7) 운영·유지보수 사업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18년 만에 해외 철도를 직접 운영하고 정비하는 ‘글로벌 철도 운영사’의 지위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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