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여전히 OTT는 넷플릭스에 밀리고 애꿎은 유료방송만 드잡이

  • 티빙·웨이브 콘텐츠 소비 구조, 유료방송과 더 비슷

  • 유료방송 이용률↓, OTT 단독 이용률↑

사진티빙 웨이브
[사진=티빙·웨이브]
티빙과 웨이브가 공동 상품을 출시하며 합병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경쟁력 강화가 기대되지만 여전히 넷플릭스에는 못 미치고, 오히려 국내 유료방송 생태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국내 OTT 시장 경쟁력 강화보다 유료방송 생태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 후 눈에 보이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유료방송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 OTT 업계 관계자도 “국내 이용자들은 평균적으로 OTT를 두 개 정도 구독하는데, 보통 글로벌 OTT 한 개와 티빙 또는 웨이브 중 하나를 선택한다”며 “두 플랫폼이 합병하면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되기보다는 유료방송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서비스가 합병해도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를 넘어서진 못한다. 모바일인덱스(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127만4083명으로, 넷플릭스(1450만5305명)보다 약 300만명 적다.

티빙과 웨이브의 콘텐츠 구성이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지상파TV와 유료방송 채널 프로그램 비중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주요 SVOD 서비스 제공 콘텐츠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자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시간 비중은 66.7%를 기록한 반면, 티빙은 13.2%, 웨이브는 4.5%에 그쳤다. 반대로 티빙의 비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시간 비중은 46.2%로 넷플릭스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특정 콘텐츠 시청을 목적으로 이용자들이 구독하는 서비스인 반면 티빙과 웨이브는 실시간 방송을 '틀어놓는' 수요가 주를 이루는 플랫폼"이라며 "두 OTT의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OTT와 유료방송 간 기능적 유사성에 대한 이용자 인식도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두 서비스 간 유사성은 지난 2020년 58.1%에서 2023년 61.1%로 높아졌으며 OTT가 유료방송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도 40%대 초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OTT의 합병이 시장 경쟁력 강화보다 유료방송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지상파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유료방송을 통해 소비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재는 OTT에서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료방송 이용률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1년 39.5%를 기록했던 유료방송 이용률은 지난해 30.8%로 8.7%포인트(p) 하락했다. 유료방송과 OTT를 함께 이용한다는 비율도 20.7%에서 16.8%로 3.9%p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OTT  단독 이용률은 39.8%에서 52.4%로 12.6%p 상승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한다 해도 실시간 방송 위주의 유료방송 시장을 당장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료방송은 대부분 약정 기반의 계약 구조로 운영해 해지 시 위약금 부담이 크고, 국내 OTT 서비스도 통신사 결합상품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 입장에서 자유로운 전환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곽정호 호서대학교 빅데이터AI학부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과 IPTV는 대부분 결합상품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며 “OTT처럼 간편하게 해지하거나 다른 서비스로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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