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 장면 1 : 올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몇 개월간 지속되었고, 약 8만9400 에이커를 불태우면서 30명 이상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가 나왔다. 또 주택 1만6000채 이상 파괴되면서 약 200억 달러 보험손실이 발생했다.
#장면 2 :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실화로 시작된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으로 확산되면서 약 9만8000 헥타르를 불태우면서 30명 사망에 수많은 부상자가 나왔다. 주택 등 3819채가 손실되고 고운사 등 문화재가 전소되기도 했다. 정부는 복구비로 1조8310억원을 확정했다.
대한민국 및 미국뿐 아니라 지구 곳곳에 산림재난이 속출하고 있다. 한·미에 대형 산불이 일어난 원인을 유사하게 4가지에서 찾고 있다. 기후위기로 건조한 날씨, 강풍, 불쏘시개 같은 화재연료, 그리고 인간에 의한 실화 등이다. 오늘날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많이 불 때 이를 ‘화재 날씨’라고 부른다. 기후 변화가 산불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메커니즘이 되었다. 산불 핵심 요인으로 잡목 같은 가연성 물질의 양이 지적되기도 한다. 또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와 거주지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에선 90%, 한국에서는 약 80%가 사람 실화에 의해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한국에서 산불 복구는 차이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오직 6%만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70% 이상이 스스로 재건하고 있다. 1월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 6000명 이상은 자신 재정으로 재건축을 의뢰했다. 미국에서 개인의 높은 회복력에 대해 알레인 로이드 교수는 “강한 직업윤리와 기업가 정신에 기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산불뿐 아니라 장마철을 앞두고 폭우, 강풍 등으로 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존스 홉킨스대 브레이크스루연구소 패트릭 브라운 교수는 “기후 온난화로 폭염이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강수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우량이 급증해 2023년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인간들의 화석연료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지구 산림 전체가 생존의 위험을 받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숲에 있는 5 나무 중 4 나무가 아프다’는 진단을 받았다. 독일 임업부(농림식품국토부) 알로이스 라이너(Alois Rainer) 장관은 베를린 숲에서 2024년 산림상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숲 자체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더위, 가뭄, 해충이 계속해서 숲나무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나무 다섯 그루 중 한 그루만이 온전한 푸른 잎과 나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진단은 나무 꼭대기 잎들이 얼마나 빽빽한지에 따라 판단한다. 198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크라운 라이트닝’, 즉 나무 잎사귀가 눈에 띌 정도로 손실된 나무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운 라이트닝은 수종을 가리지 않고, “큰 크라운 라이트닝”(36%)과 “경고 수준”(43%)의 손상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년 이상 된 나무들이 큰 영향을 받아 크라운 라이트닝을 가진 비율은 43%인 반면 60세 미만의 나무는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숲가꾸기의 중요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숲가꾸기로 젊은 나무들이 건강하고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고 물도 잘 머금고 산소배출도 많기 때문이다. 독일 산림협회 안드레아스 비터 회장은 “많은 참나무들이 문제”라면서 “크라운 라이트닝 병을 보인 참나무의 비율은 1년 사이 44%에서 51%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 변화로 낙엽수종에 대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다. 반면에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43%에서 39%로 떨어졌다. 또한 나무껍질 딱정벌레로 많은 가문비나무들이 병충해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경북 일대에서 확산되고 있다.
산림최강국 미국과 독일은 기후위기에 어떤 산림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가?
먼저 독일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방 주들이 정부에 약 52만5000헥타르의 재조림을 요구했다. 목표는 가문비나무 등 단일 품종에서 혼합림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민당(SPD)은 기민당(CDU)과의 연정 협정에 “생태계 서비스를 하는 산주들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산에 적합한 수종으로 기후 복원력이 있고 풍부한 혼합림 개발”과 더불어 “산림에 대한 재정 지원”(GAK)에 합의했다.
한국 산림청도 새로운 산림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힘에 부치고 있다. 대한민국 신 산림국부론을 위해 2 가지를 제안하면 먼저 기후위기로 산불, 산사태, 병충해 등 산림재난이 대형화되고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미국·독일처럼 대통령실에서 직접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던 대통령실에 산림청 임직원이 파견 근무하는 것이다. 제때 제대로 보고하고 타 부처들과 협력을 통해 피해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 63%가 산이며 220만명 산주의 시대에 산림국부론을 추진할 수 있는 산림청을 부처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역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수위 역할을 담당하는 국정위원회가 파악해 건의하고, 대통령실이 새 부처 조각에 반영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림산업이 새 블루오션’이라는 인식전환이다. 우리는 민둥산에서 푸른 숲으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이제 독일 등 산림최강국처럼 ‘바라만 보는 산에서 돈 되는 숲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산림분야도 금강송 활용, 임산물 특구, 치유산업 등 수많은 일자리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이재명 정부가 ‘산림국부론’을 실현할 기회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여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였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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