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규모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섣부른 개편이나 제도 변경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요 현안 처리와 병행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종료되는 대로 과기정통부의 운영 제도 개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과기정통부에서 정보통신 분야를 분리하고, 교육부의 연구개발 분야를 통합해 ‘과학기술부(가칭)’를 신설하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운영 제도 개선은 조직개편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가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AI 100조원 투자, 과학기술 R&D 예산 확대 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종호 서울대 교수는 “AI와 과학기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조직 개편은 현안 대응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개편이 단행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과학기술부가 신설되더라도 AI와 같은 기술은 전 부처의 협업이 필수적이다”라며 “산업, 교육, 행정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인 만큼 대통령실 수석이 부처 간 업무 조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주도해야 할 전 국민 대상 AI 교육 등 주요 정책이 새로 출범하는 과학기술부로 이관될 경우,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학기술이라는 큰 틀 안에서 보더라도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고민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며 “AI 연구 및 교육 지원 업무를 과기정통부로 급히 이관하면 초기 정책 공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출신인 배경훈 장관 후보자에게 정무적 역량이 필요한 부처 개편을 맡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배 원장의 AI 정책 전문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조직 개편에 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조직 안정화와 운영 제도 개선 과정을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인사 정책이 AI에 편중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이어 과기정통부 장관까지 초거대 AI 전문가가 지명되면서 기초과학, 반도체 등 다른 주요 과학기술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두 AI 전문가가 부처 조직 개편과 국가 과학기술 정책 결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됐지만, 지나치게 편향된 정책 결정이 우려된다”며 “AI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하며 정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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