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박천휴 "한국 관객 덕분에 미국서 고집 부릴 수 있었죠"

  • 넥스트 K③

  • "미국 관객과 한국 관객, 같은 포인트에서 울고 웃어"

  • 지적된 실패 요인이 뉴욕 관객들에겐 매력으로

  • 제프리 리처즈가 힘 실어줘…한국은 정산 등 개선돼야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에서 열린 어쩌면해피엔딩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NHN링크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어쩌면해피엔딩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NHN링크]

“만약 한국에서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해주지 않았다면 미국에서 연출이 ‘대사를 바꾸는 게 어때?’라고 했을 때 바꿨을 거예요.”
 
올해 토니상을 휩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는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박 작가는 한국 관객들의 공감 덕분에 미국에서 자기 뜻을 고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공감받은 경험이 쌓인 덕분에 ‘아니다. 나는 이걸 믿고 가고 싶다’, ‘바꾸고 싶지않다’는 고집을 부릴 수 있었어요. 그 원동력은 한국 관객이었죠.”
 
미국 관객과 한국 관객은 비슷한 장면에서 웃고, 울고, 공감했다. “같은 포인트에서 웃어주고, 같은 포인트에서 공감해 주고, 눈물을 흘려준 게 인상 깊었어요. 한국에서도 회전문 관객들의 재관람률이 높은 편이었는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재관람률이 높은 편이라고 하더군요.”
 
박천휴 작가 사진NHN링크
박천휴 작가 [사진=NHN링크]

박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약점으로 지적된 요인들이 오히려 뉴욕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지금이야 결과가 좋으니 말할 수 있지만, 처음엔 이 작품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많다고들 했어요. 유명한 원작이 없는 점, 또 대런 크리스(남자 주인공 배우)가 티켓 파워가 큰 배우라기 보다는 젊은 배우에 속한다는 점 등이 말이죠.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이 관객들에게 참신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뮤지컬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가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지원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윌휴 콤비(윌 애런스·박천휴)에게 용기를 줬다. 제프리 리처즈는 박 작가에게 “‘메이비 해피엔딩’에서 자를 수 없는 사람은 딱 두 명, 바로 윌과 휴 너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나를 잘라라”라며 힘을 실어줬다. 박 작가 역시 ‘쟤는 여기 출신이 아니어서 저러나’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I인데 E처럼 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올해 토니상을 휩쓴 후 박 작가의 일상은 달라졌다. 식탁에 올려둔 트로피를 보면서 아침밥을 먹을 때는 신기하면서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너희 공연 너무 좋았는데, 잘돼서 좋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받았다. 스필버그 감독은 윌휴 콤비의 차기작에도 관심을 표했다고 한다.

조만간 한국 관객들과도 다시 만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이 예정돼 있다. 박 작가는 “대본과 음악이 바뀌는 건 없다”라며 “브로드웨이에서 호응을 얻었다고 해서 애써서 바꾸고 싶지 않다. 우리의 정서와 감성을 지키면서 한국 관객들을 뵙는 게 굉장히 설렌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간담회 말미 한국의 창작 환경에 대해서 언급했다.

“한국의 창작 지원 제도가 더 생기면 좋겠지만 이렇게 많은 나라도 드물어요.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죠. 그러나 창작자들이 정산을, 로열티를 제대로 받는가에 대해서는 개념이 떨어지죠. 100년의 역사를 지닌 뉴욕과 달리, 우리는 뮤지컬이 상업화된 게 고작해야 20~30년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이 보완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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