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한류는 첫 걸음을 뗐다. 한국형 아이돌의 포문을 연 H.O.T.를 만든 SM엔터테인먼트가 설립됐고, CJ그룹이 영화 산업에 진출했다.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 판매되는 등 한국 콘텐츠는 세계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30년이 흐른 현재, 한국은 에미상, 그래미상, 아카데미상, 토니상까지 석권한 글로벌 콘텐츠 강국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음 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없이도 자체 지식재산권(IP) 등으로 승부를 볼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 산업은 대표적인 수출 흑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콘텐츠 산업은 2023년 기준으로 12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같은 기간 총 133억4000만 달러로 이차전지(98억3000만 달러), 가전(79억5000만 달러)의 기록을 크게 웃돈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파고 속에서도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2018년 96억2000만 달러에서, 2019년 102억 5000만 달러, 2020년 119억2000만 달러, 2021년 124억5000만 달러, 2022년 132억4000만 달러 등을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케이팝과 드라마에서 시작된 K-콘텐츠 약진은 장르를 넓히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상,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2022년 에미상을 수상한 데 이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올해 토니상을 휩쓸었다. 9년 전 대학로에서 조용히 막을 올린 작품이 세계 뮤지컬 본진인 미국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것이다.
콘텐츠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입어 한국을 바라보는 전 세계 시선도 달라졌다. 프랑스 코망되르 훈장을 수상한 소프라노 조수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유학 시절에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생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이제는) 한국인들이 떳떳하게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콘텐츠가 지닌 사회적·경제적 파급력 역시 상당하다. 한국산 화장품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수출 1위를 기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화장품 브랜드들이 K-드라마, K-팝 등의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새 정부는 ‘문화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하면서 “문화가 꽃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 판을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18일 서울 CKL 스테이지에서 열린 '2025 콘텐츠산업 포럼'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글로벌 OTT에 올라타서 급성장했지만, 엔데믹 이후 광고 수익 감소, 제작비 상승 등 복합적인 문제가 불거졌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의 경쟁적 우위가 강화됐다"며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변화된 환경에서 새판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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