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아주경제가 KB부동산신탁의 주요 경영 상황 공시를 분석한 결과 KB부동산신탁은 올해 들어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을 사유로 벌써 손해배상소송을 4건이나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축산새마을금고 등이 KB부동산신탁을 상대로 서울 창천동 도시형생활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개발과 관련해 제기한 396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비롯해 인천 논현동 주상복합시설(소송가액 110억원), 평택 세교동 지식산업센터(소송가액 100억원), 해운대 우동 오피스텔개발(소송가액 40억원) 등이며 이들 손배소 소송 가액을 모두 합치면 646억원에 달한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 대신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면서 이를 담보로 시행 주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공급하는 형태다.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이들 판결이 신탁사 책임 범위를 연체 이자뿐 아니라 대출 원금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KB부동산신탁이 얽힌 소송도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에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교보자산신탁·대신자산신탁·한국투자부동산신탁·한국토지신탁 등 7개사의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 수는 43개, PF 잔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KB부동산신탁 측은 책임준공미이행으로 인한 잇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방침만 밝혔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인한 부도를 이유로 책임준공을 지키지 못하는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부실이 신탁사로 전이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KB부동산신탁은 당기순손실이 2023년 841억원에서 2024년에는 1133억원으로 증가했다. 2022년에 전무하던 차입 부채도 2023년엔 4299억원, 2024년에는 5458억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등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임준공과 관련해 나온 이들 판결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장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신탁사로서는 소송 경과에 따라 사업적·재무적으로 다양한 부담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KB부동산신탁 임직원의 비위 행위를 밀도 있게 들여다보고 있어 임직원 관리감독 소홀과 도덕성 신뢰 훼손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검찰은 KB부동산신탁 임직원이 신탁계약과 관련해 금품을 받고 사금융을 알선한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 새마을금고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 금품수수 정황을 파악하고 이달 초 KB부동산신탁과 지역 새마을금고 등 관련 업체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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