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이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범위를 은행에서 금융지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핵심은 비은행 계열사 관리가 될 전망이다. 은행과 달리 비은행권은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의 LCR은 △KB국민 104.68% △신한 105.80% △하나 104.67% △우리 106.78% △NH농협 129.91%로 집계됐다. 은행은 현재 바젤 III 규제로 인해 LCR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비은행 계열사다. 금융지주가 연결 기준으로 규제를 충족하려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도 일정 수준 이상의 LCR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비은행 계열사는 최근 수년간 수익성·건전성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받쳐주지 못하면 고유동성 자산 확보에 어려움이 생겨 LCR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나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231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NH저축은행도 상반기 43억원의 손실을 냈고, KB저축은행은 2분기 53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상반기 누계 순이익이 9억원에 그쳤다.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도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9%로 집계됐다. 5대 금융그룹 산하 저축은행 중 NH저축은행(10.12%), KB저축은행(9.51%), 하나저축은행(9.41%)이 업권 평균을 상회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년간 이어진 고금리 등으로 인해 상당 규모의 부실채권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분간 부실채권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LCR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카드 계열사도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여신전문업 특성상 예금 등을 통한 안정적인 자금 확보에 한계가 있는 데다가 업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고유동성 자산 확보가 쉽지 않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산하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총 83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다.
자산규모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중이 적은 자산신탁사도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산신탁사는 최근 순이익 규모가 축소되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우리자산신탁은 올해 상반기 9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하나자산신탁 순익은 전년 대비 14.8% 감소한 310억원에 그쳤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 관계자는 “여신전문사 등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는 LCR이 100%를 밑돌고 있다”며 “비은행 계열사의 LCR 규제 준수를 위해 국채를 비롯한 고유동성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