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엔솔]
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잇따른 화재 사고로 논란에 휩싸였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 간헐적 에너지원의 한계를 보완하는 주요 설비로, 친환경 인프라 확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잦은 화재 사고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산업계와 정부에 구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 수요에 따라 공급하는 장치다. 수천에서 수십만개의 리튬이온 셀이 연결돼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며, 단일 장치에 저장되는 에너지만 해도 막대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화재 발생 시 폭발과 열 확산 등 2차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약 400억 달러(한화 약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에는 800억달러(약 106조원)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외 발전소와 산업시설, 대형 건물을 중심으로 ESS 도입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정부는 2018년 연쇄적인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ESS 배터리의 충전률을 70%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해당 조치는 일정 부분 화재 가능성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었지만, 전력 저장 효율 저하로 산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기준은 완화됐고, 화재 건수는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일시적 규제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ESS 제조업체들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RE+ 2024’ 전시회에서 신형 ESS 배터리 'SBB 1.5'를 공개했다. 해당 제품에는 모듈 내부에 화재 시 자동으로 소화약제를 분사하는 직분사(EDI) 기술이 적용됐으며, 열 확산을 방지하는 방화 설계가 반영됐다. 에너지 밀도는 기존 제품 대비 37%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SK엔무브와 공동으로 '불타지 않는 ESS'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리튬이온 배터리 셀 전체를 절연 냉각액으로 감싸는 액침냉각 기술이다. 기존 공랭 또는 수랭 방식 대비 발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으며, 이물질 유입도 방지돼 구조적 안정성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당 기술은 현재 전기추진선박 실증 사업에 적용돼 현장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ESS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SS는 재생에너지 시대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지만,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충전률 제한과 같은 임시 조치에 의존하기보다는, 배터리 소재와 시스템 설계 전반에 걸친 기술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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