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전방위적 ‘금융 외교’에 나서고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 금융시장의 현지 당국과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전개하면서다. 이를 통해 신규 법인 설립을 위한 인가는 물론 현지 진출을 위한 준비 등 한국 금융사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 국내 은행들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지난달 베트남중앙은행(SBV)으로부터 하노이지점 설립을 위한 인가 서류 접수증(CL)을 발급받았다. 이는 2019년 7월 설립 인가를 신청한 이후 6년 만이다.
CL은 인가 심사에 필요한 서류 제출이 모두 완료됐다는 걸 인정하는 공식 문서다. 향후 예비인가를 거쳐 본인가까지 진행하는데, CL은 사실상 최종 인가를 위한 가승인으로 본다.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대상으로 CL이 발급된 건 2021년 이후 처음이다.
IBK기업은행도 지난달 베트남법인 설립 인가를 위한 서류를 접수한 지 약 8년 만에 CL을 발급받았다. 앞서 IBK기업은행은 2017년 7월 처음 인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최종 인가가 나면 현재 운영 중인 하노이·호치민 지점을 신설하는 베트남법인으로 흡수한다.
두 은행이 수년 만에 CL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금융 외교가 뒷받침된 결과다. 실제 이번 CL 발급 전까지 고위급 면담이 수차례 이뤄졌다. 2023년 9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지난해 9월, 11월 각각 금융위 상임위원, 금융감독원장이 SBV 부총재를 면담했다.
금융위원장이 직접 서한을 보낸 점 역시 이번 CL 발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시절이던 2020년 7월 베트남 총리에게 1차 서한을 보냈고, 지난해 11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SBV 총재에게 2차 서한을 발송했다.
이처럼 베트남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과도 적극적인 교류는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과 금감원이 2023년부터 우수직원을 상호 파견 중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맺어진 탄탄한 협력 관계가 국내 금융사의 현지 진출이나 영업 관련 애로를 해소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30개로, 작년 말 기준 운영 중인 점포 수는 34개에 이른다. 이는 △미국 62개 △베트남 55개 △중국 45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인도네시아는 대규모 내수시장을 갖고 있지만, 비교적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금융당국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금감원이 OJK를 초청해 세미나를 연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난달 금감원은 인도네시아 감독당국 담당자로부터 직접 현지 규제에 대해 설명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OJK는 최근 금융복합그룹으로 지정하는 금융사가 지주회사를 신설하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은 규제를 새로 도입했고, 이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제조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폴란드에서도 금융당국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만 370여개에 이르지만, 국내 금융사 진출은 미미해 글로벌 금융 사업을 확대할 기회가 많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과 11월 연이어 한·폴란드 금융 수장 간 정상회담을 열며 교류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올해 4월 우리은행이 국내 은행 중 최초로 폴란드 지점을 개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 말고도 최근 방산과 연계해 동유럽 쪽으로 금융 수요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인구가 많고, 경제 성장률이 확연히 높은 국가들이 국내 금융사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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