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나흘째 이어지자,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미국 관세전쟁 등에 이어 다시 한번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을 중심으로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중동 거점이 전쟁 영향권에 놓인 가운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날 정부 주관으로 열린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를 비롯해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이 함께했다. 지난 주말에도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이 반복되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나면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즉각 조치한다.
주요 금융지주 역시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하긴 마찬가지다. 4대 금융을 중심으로 실시간 바뀌는 금융시장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내부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또 유가나 환율 변동 등 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처럼 비상대응에 나선 건 최근 중동 리스크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군사시설 등을 선제 공습했고, 이날부로 양국 간 충돌은 사흘째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에 중동 지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들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현재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중동 지역에 둔 해외 점포(법인·지점·사무소)는 총 7개다. 신한은행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두바이 지점을 두고 있다. 또 하나은행은 바레인 지점과 UAE 내 두바이 사무소, 아부다비 지점을 운영한다. 우리은행은 두바이와 바레인 지점을 보유하고 있고, 2016년 국내 은행 최초로 열었던 이란 사무소는 현재 인력이나 건물 없이 서류상으로만 남아있다.
해당 점포들의 경우 아직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점차 확전 양상으로 번질 경우 중동 지역 내 다른 국가도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국내 은행들의 중동 지역 점포 안전성에 대해 확신하기 힘들다고 보는 이유다.
이와 함께 4대 금융이 추진하는 밸류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초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4대 금융 시가총액은 합계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주 기준 106~107조원을 오가고 있는데, 이러한 시총 상승세가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따른 투자 심리 악화로 꺾일 수 있다. 실제 이날 4대 금융 주가는 장중 전일 종가 대비 0.68~1.66%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지역 상황 악화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현지 상황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징후들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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