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화재·정지·감산…포항 철강업계 '생존 모드' 돌입

  • 동국제강 포항공장 ESS센터 화재

  • 현대제철 포항2공장 무기한 휴업

  • 코스틸도 구조조정…공장 매각 추진

  • 포스코 생산량 전월 대비 17% 감소

포항 동국제강 에너지저장센터서 불 사진경북도소방본부
포항 동국제강 에너지저장센터서 불 [사진=경북도소방본부]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관세 리스크에 잇단 화재 사고까지 겹치며 포항을 중심으로 한 철강업계에 위기감이 강하게 감돌고 있다. 주요 철강사들은 공장 가동 중단과 구조조정에 나서며 사실상 '생존 체제'에 돌입했고 고용 불안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 위치한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건물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실로, 철골조 소재로 지어졌으며 2층 규모 1개동이다. 건물 안에는 배터리 모듈(배터리 조합체) 8392개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ESS 공장 부속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소방당국이 현장 대응 중이며, 회사는 진압 및 안전 확보에 최우선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피해 규모와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에서는 두 달 전에도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4월 계열사인 동국씨엠 부산공장 컬러강판 생산설비(N0.6 CCL)에서 불이 나 라인 가동이 중단됐고, 약 두 달간 복구 작업 끝에 이달 12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룹 내 주요 공장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요 공장 가동 중단과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에 대해 최근 무기한 휴업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축소 운영에 들어갔던 이 공장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H-빔 수요 급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제철은 포항1공장 중기사업부도 올해 11월 가동을 중단하고, 내년 말까지 매각할 계획이다. 이 사업부는 굴착기용 무한궤도를 생산해왔다.

현대제철 노조에 따르면 포항 1·2공장 및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약 2200명이 근무해왔지만, 지난해 말 이후 희망퇴직과 타 지역 전환 배치 등을 통해 약 300명이 이탈했다. 노조는 단순한 가동 중단 수준이 아닌, 지역 내 신규 투자와 사업 다각화 등 실질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견 철강사인 코스틸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최근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으나, 포항 내 3개 공장 모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 300여명이 정리해고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역시 감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4월 조강 생산량은 전월 대비 17% 줄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9% 감소했다.

감산이 이어지면서 고용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포항지역 1차 철강 제조업 피보험자 수는 약 2만770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800명 이상 줄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 감원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포항시는 철강산업 위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광양, 당진 등 주요 철강 도시들과 함께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관련 호소문도 제출한 상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제조업 강국의 위치를 잃을 수 있다"며 "정부와 관계 기관이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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