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수주 반등에도 체감경기 '냉랭'…"공공이 이끌지만 민간 못 따라가"

  • 건산연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민간 비주거 부진·착공 지연은 과제

이지혜 건산연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 경기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은별 기자]
이지혜 건산연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 경기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은별 기자]
올해 국내 건설시장은 공공주택과 토목 발주 확대에 힘입어 수주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민간 비주거 부문의 부진과 착공 지연으로 체감 경기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2026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개최하고 올해 국내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8.9% 증가한 240조8000억원, 건설투자는 0.3% 증가한 266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충재 건산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건설산업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인식과 관행, 문화와 사업 방식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시장 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과 함께 원활한 자금 공급, 지역 경기 회복, 미래형 주거환경 구축 등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건설 경기와 부동산 시장 전망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건설 경기 전망을 발표한 이지혜 건산연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2023년 이후 침체됐던 건설수주가 올해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공공주택과 민간 토목 부문 발주가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주 증가가 곧바로 현장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수주는 회복되고 있지만 실제 착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금리와 높은 공사비, 강화된 PF 심사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데다 지방 미분양 적체로 분양 여건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수주 이후 인허가와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회복 지연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건축 부문이 토목보다 부진이 심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건설수주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중소 건설사 수주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으며 수도권과 대형 건설사 중심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수주 회복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착공 지연으로 체감 경기 회복은 제한적"이라며 "공공사업 집행력을 높이고 신규 사업장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수도권·대형사 중심의 회복 편중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적으로도 주택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 비주택 신산업 비중을 확대하고 수주 이후 착공 전환 능력과 사업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하반기 건설시장 변수로 공공 물량 확대와 토목 투자 증가를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주택 수요 억제 정책, 안전·노동 규제 강화, PF 구조조정 지속, 유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제시했다.
김성환 건산연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주택 시장에 대해서 발표했다 사진이은별 기자
김성환 건산연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주택 시장에 대해서 발표했다. [사진=이은별 기자]
아울러 주택 시장은 수도권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성환 건산연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5%, 전세가격은 5.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은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가격 상승, 신축 선호 현상 등이 맞물리며 연간 4.5% 안팎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지방은 수년간 이어진 하락세 이후 연간 0.5% 수준의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역 대표 단지와 비선호 지역 간 양극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2026년 주택시장은 수도권 상승 압력이 우세한 가운데 지방은 대표 입지와 비선호 지역 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대출 관리와 공급 확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정책 조합에 따라 거래량과 가격 상승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책 불확실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공급 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를 나타냈다. 김 연구위원은 "2021년 이후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주택 물량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다"며 "지난해 착공률이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사업성이 확보된 사업장 위주로 진행되고 있을 뿐, 수도권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미착공 물량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표로 준공 후 미분양을 꼽았다. 그는 "분양 자체가 줄어들면서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며 "지방의 경우 공급 물량의 절반 정도만 입주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서울 집값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인천과 경기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지인 매수세가 인천과 경기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던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인천과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주택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와 금융 여건을 고려하면 주택 구매 여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정부 역시 과도한 차입을 통한 주택 구매를 억제하고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고가 거래 비중이 늘고 전세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최고가 거래 비중 확대가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월세가격도 함께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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