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 간 확전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현실화하면 정부가 그동안 억제해 왔던 물가 상승이 가속되며 서민과 중산층 부담을 한층 더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일간 상승 폭 기준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원물 종가는 배럴당 74.23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전장보다 7.0% 오른 가격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원물 종가도 전장보다 7.3% 상승한 배럴당 72.98달러에 거래됐다.
문제는 국제 유가 오름세가 국내 유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국제 유가는 통상 2~3주 간격을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만큼 최근 5주간 하락세를 보였던 국내 유가가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리터당 1620원대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던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은 지난달 둘째 주부터 5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주 유가는 중동 지역 긴장 격화와 미국-중국 무역합의 진전 등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미국 등이 개입하면서 조기 마무리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란이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 가운데 20~30%가 지나는 핵심 해상로다.
JP모건과 분석기관 라자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회사 ING도 해협이 봉쇄되면 일평균 140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로 치솟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브랜트유 기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서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에는 최대 0.92%까지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높은 물가로 내수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면 국내 경기 회복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재명 정부의 올 하반기 핵심 과제도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윤창현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한국은 원유와 가스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동 상황은 우리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업계·기관이 원팀으로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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