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생일날 美 수도서 34년 만에 열병식…"美 위협하면 완전히 몰락"

  • 군인 6700여명·차량 150대·항공기 50대 등 동원

  • 국방부, 비용 4500만달러 추산…반대 시위 열리기도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 직후 자신의 79번째 생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 직후, 자신의 79번째 생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이었던 14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이를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AP통신,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은 오후 6시쯤부터 워싱턴DC의 상징인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모뉴먼트까지 콘스티투션 애비뉴를 따라 진행됐다. 미 육군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엔 군인 약 6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말 34마리, 노새 2마리, 개 1마리가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인근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J D 밴스 부통령 부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열병식을 관람했다. 행사 후에는 신병들의 입대 선서식도 주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축하 연설에서 "미 육군은 사악한 제국의 심장에 총검을 꽂고 악한 폭군들의 야망을 전차로 짓밟으며 후퇴하게 만들었다"며 "적들이 미 국민을 위협하면 우리 군이 갈 것이고, 그들은 완전히 철저하게 몰락할 것이란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육군은 자유와 힘의 상징이고, 적들이 위협하면 완전한 몰락을 맛보게 할 것"이라며 "육군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우리를 강하게 한다. 오늘 밤 여러분은 모든 미국인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 열병식에서는 미 육군의 250년 변천사가 역사적 장면별로 재현됐다. 독립전쟁을 시작으로 남북전쟁, 서부 개척 시대,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 걸프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현재까지 미국 육군의 발자취가 퍼레이드로 펼쳐졌다.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를 비롯해 스트라이커 장갑차,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팔라딘 자주포 등이 도열했으며, 블랙호크(UH-60), 아파치(AH-64), 치누크(CH-47) 등 각종 헬기도 상공을 누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열병식은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 승전 퍼레이드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 열병식을 추진했으나, 참모진의 반대로 무산됐다. 재선 이후에는 ‘태스크포스 250’이라는 전담 조직을 구성해 열병식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열병식 계획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으며 미군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항공기와 장비의 사용을 군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WP는 다른 나라들에서 목격했던 것과 같은 성대한 퍼레이드를 열고 싶어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원을 실현시켜준 행사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열병식 비용을 최대 4500만 달러(약 615억원)로 추산했는데 NBC와 ABC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열병식에 세금이 사용되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주로 정권 선전과 무력 과시 수단으로 이용되는 열병식을 미국에서 치른 것 자체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에 대응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가운데 열린 열병식은 더 큰 논란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병식이 생일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행사에서 일부 관객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등 실질적으론 생일 퍼포먼스 성격이 짙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자 일부 관객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고 전했다. 가수 리 그린우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노래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를 부르고 생일을 축하하기도 했다.
 
이날 열병식 중 낙하산 강하를 선보인 미 육군 '골든나이츠' 소속 장병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국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으며, 행사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마무리됐다. 이날 육군은 최대 20만명이 열병식을 직접 관람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열병식이 거행된 이날 미 전역 2000여곳에선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노 킹스'(No Kings) 집회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조치에 반대한다며 집회 명칭을 이같이 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거리에 탱크를 내세우고 TV용 권력 과시 행사를 벌이려 한다"며 "하지만 진정한 힘은 워싱턴에서 무대 위에 올려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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