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년째 흑자지만…美 관세 영향 본격화에 '불황형 흑자' 경고음

  • 4월 경상수지 57억 달러 흑자…전월보다 34.4억 달러↓

  • 관세 영향권 들어간 석유 -13.8%·자동차 -4.1%

  • 반도체 수출 16.9% 호조…"하반기 관세 본격화"

  • 누적 수출 0.4%↓·수입 2.1%↓ '불황형 흑자' 우려

연합뉴스
[연합뉴스]
국가 교역의 성적표이자 나라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가 2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최장기간이다. 그러나 미국발(發)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흑자가 유지되는 '불황형 흑자'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황형 흑자는 수출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다면 우리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3월보다 34억4000만 달러 줄어든 57억 달러(약 7조725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249억6000만 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179억7000만 달러)보다 69억9000만 달러 많은 수준이다.

항목별로는 4월 상품수지 흑자(89억9000만 달러)가 전월(84억9000만 달러)보다 소폭 늘고 지난해 4월(52억4000만 달러)보다는 37억5000만 달러나 불었다. 

수출(585억7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1.9% 증가했다. 미국 관세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산업이 고전했지만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흑자를 유지했다.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16.9%)·무선통신기기(6.3%)·의약품(22.3%) 등이 늘고 석유제품(-13.8%)과 승용차(-4.1%)는 줄었다. 지역별로는 EU(18.4%)·동남아(8.6%)에서 호조를 보였다. 반면 미국(-6.8%)·일본(-5.3%)에서 고전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수출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은 계약부터 수출까지 3~4개월 시차가 있어 3분기부터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자동차는 미국 현지 공장 생산이 확대되고 있으며 기존 재고량이 모두 소진되면 관세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4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
왼쪽부터 김태호 국제수지팀 과장 송재창 금융통계부장 김성준 국제수지팀장 권수한 국제수지팀 과장 한국은행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4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김태호 국제수지팀 과장(왼쪽부터), 송재창 금융통계부장, 김성준 국제수지팀장, 권수한 국제수지팀 과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수입(495억8000만 달러)은 5.1%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38.5%)·원유(-19.9%)·가스(-11.4%) 등 원자재 수입이 10.4% 줄고, 곡물(-11.5%)·비내구소비재(-3.3%)·승용차(-2.8%) 등 소비재 수입도 2.1% 뒷걸음쳤다. 반대로 반도체제조장비(26.8%)·수송 장비(20.8%)를 비롯한 자본재 수입은 8.7% 증가했다.

1~4월 누적으로 보면 상품수지 수출과 수입은 각각 0.4%, 2.1% 감소했다. 불황형 흑자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같은 기간 에너지 부문 수입이 14.2% 감소했는데 비에너지류 수입은 2.9% 증가했다. 

이를 두고 송 부장은 "에너지 가격 하락 요인을 제외하면 반도체 제조·수송 장비 등 자본재 위주로 수입이 견조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불황형 흑자라고 얘기하기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경상수지 흑자 폭은 4월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서비스수지는 28억3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전월이나 작년 같은 달보다 커졌다. 본원소득수지도 4월 외국인 대상 배당 지급이 집중되면서 3월 32억3000만 달러 흑자에서 4월 1억9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송 부장은 "서학개미와 기관들의 해외 증시 투자에 따른 배당 수입이 늘어나며 예년보다 본원소득수지 적자 폭이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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