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말 미 서부 최대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이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집중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가운데 현지 한인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LA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이민당국은 지난 6일부터 LA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 단속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44명이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당국은 최근 LA 도심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의류 도매상가 ‘자바시장’과 이민자들의 구인 시장인 홈디포 앞을 급습한 가운데 자바시장 내 한인 운영 업체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내 아시안계 권익 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의 카니 정 조(Connie Chung Joe) 남가주 지부장은 이민당국 단속 관리들이 한인 타운에 있는 한 학교를 찾아갔다는 보고를 접수했다고 전했다.
다만 LA총영사관과 LA한인회 모두 이번 단속 현장에서 한인이나 한국 국적자가 체포된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불법 체류자 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인 사회도 그 여파를 체감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LA총영사관 관계자는 7일“서류 미비 상태로 체류 중인 한국인이 당국에 적발되는 사례가 분명히 늘었다”며 “트럼프 정부 들어 당국에 구금돼 영사 면담을 요청하는 한국인 사례가 4~5건 정도 있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2년여간 1건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근 4개월여간 한국인 구금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불법 체류자가 미 ICE에 체포·구금됐을 때 당사자가 원할 경우 소속 국가의 영사 면담을 요청할 수 있게 해주는데, 면담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한국인이 체포·구금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이민당국의 대대적인 불법 이민 단속 여파에 이민자 비중이 큰 LA는 혼란에 빠졌다. 이민자 자녀인 카티아 가르시아(18)는 37세인 자신의 아버지가 ICE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는 미국에서 20년 동안 거주했는데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연방정부는 혼란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을 강력 비판했다. 이민자 권익단체 등의 반발과 시위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LA에 있는 연방 구금센터 앞에는 “그들을 풀어줘라, (이곳에) 머물게 하라!”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 언론에 따르면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달 하순 ICE 회의에서 하루에 불법 이민자 3000명을 체포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100일간의 하루 평균 체포자 수(665명)와 비교해 4배가 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연간 100만명 이상의 불법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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