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스피 오천 시대'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류소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공약은 여느 때처럼 범람했다. 쏟아지는 공약 가운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건 단연 '코스피 5000 시대'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이었다. 이 공약이 나오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뜨거웠다. 현재 코스피가 얼마인지 아느냐는 반문도 나왔다. 

시장의 볼멘 소리는 무리가 아니다. 코스피 역대 최고점은 코로나 펜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1년 7월 6일의 3305.21이다. 이 때의 최고점을 기준으로 51.3% 상승해야 코스피 5000이란 고지를 밟을 수 있다. 코스피가 2021년 10월 이후 3000선을 4년 가까이 넘지 못하고 있고 올 들어 2280~2770선에서 등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지수가 두 배 가까이 올라야 가능한 수치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장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지난달 8일 중앙선거대책위워회 산하에 '코스피5000시대위원회'를 정식 출범하며 증시 부양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재명 당시 후보는 "주식 시장 활성화가 국민 자산 증식을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해외 주식시장과 비교해 PBR이 현저히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시 부양 정책의 오답노트는 마련돼 있다. 윤석열 전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 정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 바 있다. '밸류업 지수'를 만들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고민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밸류업 공시를 진행했으나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부족했고 강제성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스피 5000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밸류업보다 나은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봐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실무자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기간 동안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경제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유튜버들과 대담 생중계를 진행하는 등 친시장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무엇인지 시장에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의 오기형 코스피5000시대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정책경청 투어'에서는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만난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치 성향과 관계 없이 새 정부가 들어서는데 기대 대신 걱정부터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취임 첫날인 오늘(4일) 증시 활황이 보여주듯 새 정부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크다. 대선 기간 동안 보여준 경청의 자세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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